G20 우군 모으기 바쁜 시진핑, 앞마당 홍콩서 복병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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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불과 10여 일 앞인데 ‘홍콩 시위’란 뜻밖의 악재가 터졌기 때문이다.

주영대사 “중국, 송환법 지시 안 해”

미·중 무역전쟁 격화 속에 시 주석은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오사카 격돌’을 앞두고 6월을 ‘우군 확보’의 달로 정한 뒤 외교에 치중해 왔다. 6월 들어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순방한 뒤 다음 주엔 아프리카 54개국을 베이징으로 초청, ‘세 불리기’에 나설 계획이었다. 한데 복병은 앞마당에 있었다. ‘범죄인 인도법’ 반대로 촉발된 홍콩 시위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국의 고민은 ‘뾰족한 대책이 보이질 않는다 ’는 점이다. 지난 12일 류샤오밍(劉曉明) 주영 중국대사는 BBC 인터뷰에서 “BBC는 홍콩 정부가 중국 중앙정부의 지시를 받고 ‘범죄인 인도법’ 추진에 나선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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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100만 홍콩인이 거리로 쏟아져 나올 때만 해도 중국 당국은 사태가 이처럼 커질 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홍콩 현지 분위기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홍콩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다가 홍콩인의 분노를 키웠다. 결국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한 12일 이후에야 중국 공산당 서열 7위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을 홍콩에 이웃한 선전(深圳)에 보내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하야 등을 요구하며 기세를 낮추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홍콩의 시위’와 이를 지지하는 ‘미국의 태도’를 싸잡아 비난하는 방식으로 홍콩의 시위도 잠재우고 무역전쟁으로 대치하고 있는 미국도 공격한다는 돌 하나로 두 마리 새 잡기 전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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