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이사장 "연금개혁 논의 열기 식어버려 안타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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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뉴스1]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뉴스1]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공단 내 기금운용본부 운용인력의 연봉을 대폭 올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시장 평균 상위 20% 수준인 연봉을 시장 상위 10% 수준까지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을 열고 “연금공단의 전주 이전으로 운용역의 이탈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에 좀 더 영향력 있는 운용역을 채용하기 위해 처우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도 예산 증액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 17일 정부 세종청사 기자 간담회 #"정부, 전문가 등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 해야" #"복지국가 최소 100만원 공적연금으로 보장" #"기금운용 인력 처우 상위 10%로 인상할 것" #"소득 크레바스 해결 없이 정년연장은 무책임"

김 이사장은 지난달 캐나다와 미국의 연기금과 운용사를 방문해 이들의 연금제도 운영 및 자산운용 전략을 살피고 왔다. 김 이사장은 '연금 지급 연령을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캐나다도 연금 납부 시기와 연금 지급 연령을 전임 보수당 정부 시절 올리려다가 국민의 큰 반발로 자유당 정부에서 폐기됐다” 며 “은퇴 시기와 연금 지급 시기 간의 공백인 ‘소득 크레바스’  해결책 없이 연금 수급 연령 올리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년 연장이 되더라도 실제 이행이 가능한 직종은 공무원과 공공부문 정도”라며 “민간은 40대 중반~50대 중반이면 노동시장에서 밀려나는 상황에선 남의 얘기일 뿐 아니라, ‘공무원들이 정년을 65세까지 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정년연장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2016년 캐나다의 연금개혁을 주목했다. 캐나다는 2016년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CPP(공적소득비례연금제도)의 소득대체율을 25%에서 33%, 보험료율을 9.9%에서 11.9%로 동시에 인상했다. 김 이사장은 “공적연금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속에 국민의 70% 이상이 보험료 부담 증가하더라도 CPP 확대를 찬성해 개혁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캐나다의 경우 CPP보다 우리의 기초연금에 해당하는 OAS(Old Age Security) 제도가 먼저 탄탄하게 돼 있는 상황에서 CPP가 도입돼 공적소득연금의 부담이 크지 않았다”며 “우리의 경우 국민연금이 먼저 도입된 후 기초연금 시행됐으므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부담이 좀 더 큰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금개혁은 '적정부담'과 '적정급여'를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것인데, 이번에 방문한 캐나다 등 대개의 복지국가는 최소 100만원 이상을 공적연금으로 보장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조세 기반의 기초연금을 늘려 국민연금과 합쳐 월 100만원을 보장해줘야 향후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사적연금의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국내의 연금 개혁 논의 방향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는 "우리는 정부든, 전문가든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캐나다, 영국에서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지만 차분하게 합의점을 찾은 반면, 우리는 논쟁이 붙었다가 식어버려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의 연금 개혁 논의는 어떻게 하면 노후소득보장을 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아니다”라며 “연금 보험료 몇 퍼센트 오르면 얼마나 받고 기금재정이 얼마나 떨어지는 등의 논의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재정 추계 뿐 아니라 노인 빈곤실태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야 캐나다처럼 근본적인 연금구조 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이사장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사태 이후에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계속 맡는 등 제도 변화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선 “캐나다나 미국 연기금도 대부분 책임 대표자는 모두 장관”이라며 “현 기금운용본부 제도는 충분히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2015년에는 이 제도를 무력화시키려고 한 외부세력이 문제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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