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지나자 '모세의 기적'…144만 홍콩시위대 감동 장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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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매체 마더십 페이스북]

[싱가포르 매체 마더십 페이스북]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해 검은 옷을 입고 나온 144만 홍콩 시위대가 구급차에 길을 내주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싱가포르 인터넷 미디어 마더십은 16일(현지시간) 오후 상복을 입고 거리로 나온 시민들이 일제히 양쪽으로 갈라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이날 시위 중 찍힌 것으로 구급차는 홍콩 애드미럴티의 중앙 정부 단지 외곽 하코트 도로로 응급환자를 실어 날랐다.

중국 동방일보의 온라인판인 동망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30분까지 홍콩 시위대 중 총33명이(남성 7명·여성 26명) 병원에 실려갔다.

[SCMP 제피 람 기자 트위터]

[SCMP 제피 람 기자 트위터]

시위대는 구급차가 움직이는 위치에 맞춰 순식간에 갈라졌다가 다시 합치는 '모세의 기적'을 연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정치부 기자인 제피 람은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사진을 올리며 "오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였다. 하코트 도로를 점령한 시위대가 구급차에 길을 내줬다"고 적었다.

시위대는 이날 수차례 '모세의 기적'을 연출했다. 한 시민이 해외 사진 공유 사이트 이머저(imgur)에 올린 동영상에는 완차이와 해밀턴 사이에서 구급차에 길을 터주는 홍콩 시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빠르게 길을 터주는 시민들 사이로 구급차 2대가 동시에 지나갔다.

[Imgur]

[Imgur]

이날 시위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송환법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열렸다. 시위대는 송환법 보류가 아닌 철폐를 요구하면서 람 장관의 퇴진도 요구했다.

송환법은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홍콩 시민들은 이 법이 제정되면 홍콩에 거주하는 반 중국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정부가 마구잡이식으로 본토에 송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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