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주니어챔피언십 우승해 프로대회 참가하는 10대 정용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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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유망주 정용환. [중앙포토]

골프 유망주 정용환. [중앙포토]

13일 경기도 용인 88골프장에서 시작되는 KEB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엔 한국, 중국, 일본의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 대회에 10대 아마추어 선수도 나온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거주하고 있는 정용환(17·미국이름 앤드류 정) 군이다. 지난 4월 미국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박세리 주니어골프챔피언십 대회에서 우승해 출전권을 땄다. 박세리 챔피언십은 주니어 및 아마추어 골퍼 육성을 위해 하나금융이 만든 대회다. 세계 각국의 12~19세 주니어 선수들이 참가하며 우승자에게는 프로대회 참가 자격을 주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정용환의 아버지 정영식(50) 씨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수구 동메달리스트다. 용환 군은 3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골프에 자질을 보여 초등학교 1학년 때 골프 환경이 좋은 미국으로 이주했다. 정용환은 미국아마추어주니어골프협회(AJGA) 랭킹 31위로 캔자스시티 주니어챔피언십 등에서도 우승했다. 골프용품 업체 캘러웨이에서 아마추어 선수 딱 10명을 후원하는데 그 중 한명이다. 최저타 기록은 60타다.

정용환 군의 가장 큰 장점은 밝은 성격이다. 그는 “골프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우울하게 할 수도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잘 잊고 즐겁게 지내야 한다. 이기면 하나를 배우지만 지면 천개, 만개를 배울 수 있으니 져도 즐겁게 골프 한다”고 했다. 정군은 또 “퍼트가 재미있다. 그린에서는 시간 가는 줄 몰라 하루에 4시간씩 연습을 한다. 연습 공을 치려면 돈이 들지만, 미국에선 퍼트 연습 비용이 안 들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10대 소년답지 않게 넉살도 좋고 인사성도 밝다. 그는 “이번 대회 참가는 큰 영광이고 선배님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가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그런 개성 때문에 인기가 좋다. 정영식 씨는 “스탠퍼드와 UC버클리, 애리조나, 워싱턴 등 골프 명문 대학에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갈지 바로 프로가 될지는 고민 중이다.

용환 군은 조던 스피스를 좋아한다. 다른 10대 남자 아이들과 달리 게임 대신 스피스의 경기 유튜브를 찾아본다. 용환 군은 "하도 많이 봐서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홀들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군은 미국으로 이주해서는 큰 대회에서 거푸 우승했다. 그러나 10대 중반이 되면서 체격이 큰 서양 선수들 사이에서 거리에서 밀렸다. 지난해 말 한국에 왔다가 바디턴72 아카데미 김성복 원장에게 배운 후 다신 자신감을 찾았다.

정군은 “팔이 아니라 몸으로 휘두르는 바디턴 스윙을 배운 후 거리가 20야드 정도 더 나가고 리듬감이 생겨 스윙 타이밍을 찾기가 쉬워졌다”고 했다. 정군은 “골프 환경은 미국이 훨씬 좋지만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에는 골프 전문가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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