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족쇄’ 10년→7년…중기 가업(家業) 상속공제 수술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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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앞줄 가운데)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해 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가업(家業)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이 업종과 고용 규모를 상속 당시와 똑같이 유지해야 하는 기간이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정부ㆍ여당은 11일 당정 협의를 갖고 이런 내용을 포함한 가업 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가업 상속공제는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ㆍ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사업자가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상속재산 가액에서 최대 500억원까지 공제해주는 제도다.

개편안에 따르면 가업 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사후 관리 기간이 기존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된다. 상속인이 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10년간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하지 못하거나 주된 업종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한 ‘족쇄’가 가혹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중소ㆍ중견기업의 과도한 상속 부담을 줄여 경제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관리 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사후 관리 기간 내 각종 규제도 완화했다. 먼저 업종 변경 허용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상속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관리기간 동안 업종 변경이 제한된다. 그런데 개편안에선 업종 변경 허용범위를 현행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소분류에서 중분류로 확대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호텔업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업종을 바꿔 콘도업을, 제분업을 물려받은 상속인이 제빵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관리 기간 내 자산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도 완화한다. 상속인은 관리기간 내 20% 이상 자산을 처분해선 안 된다. 개편안에선 업종 변경에 따라 기계설비 등 대체 자산을 취득해야 하는 경우, 기존 자산 처분이 불가피한 경우 등 자산 처분 예외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또 관리 기간 내 중견기업의 고용유지 의무를 상속 당시 기준 인원의 120%에서 100%로 완화한다.

다만 상속인ㆍ피상속인이 탈세, 회계 부정과 같은 불성실 경영행위로 처벌을 받은 경우에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사후 추징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개편안은 또 가업 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할 경우 주는 ‘연부연납(年賦延納)’ 특례 대상을 기존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전체 중소ㆍ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연부연납은 최장 20년에 걸쳐 법인세를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김병규 실장은 “상속세 일시납부에 따른 현금조달 부담을 크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심을 모았던 공제대상 기업 기준은 현행 ‘매출 3000억원 미만’을 손대지 않기로 했다. 경영계에선 “매출 기준을 확대해 상속공제 혜택을 받는 기업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당정은 ‘부의 세습’이란 비판 여론을 의식해 현행 기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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