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신원확인 도운 한국 지문감식 기술…남은 문제는 '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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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사고 수습 현장. [뉴시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사고 수습 현장. [뉴시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 수습 현장에서 한국의 지문감식 기술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치과 기록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헝가리 경찰은 한국의 지문 감식 기술에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국 경찰청 신원감식팀은 지난달 31일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급파됐다. 대형 재난 현장에서 전문적인 신원감식을 담당하는 신원감식팀은 시신에서 채취한 지문과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지문 정보와 대조하는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만 17세 이상 한국 국민일 경우 주민등록증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문 정보를 등록하기 때문에 지문을 채취하면 2시간 이내에 신원확인이 가능하다.

다만 이번 사고의 경우 수습된 시신은 먼저 헝가리 법의학 연구소로 보내져 감식한 뒤 지문 채취가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신원 확인에 시간이 평소 때보다 걸리고 있다는 게 대응팀의 설명이다.

양국 합동감식반은 3일부터 9일까지 13구의 시신을 수습했다. 이 가운데 헝가리인 선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한국인 유람선 탑승객으로 밝혀졌다. 헝가리 측은 치과 기록을 이용해, 한국은 지문 채취를 이용해 사망자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주산나 크레이츠 헝가리 경찰청 감시국장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헝가리는 이번 사고와 같은 경우 지문 채취에만 7~8일이 걸린다"라며 "한국 경찰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쉽게 지문을 재취하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한국 수사팀의 지문감식 기술의 우수성은 지난 2004년 12월 태국에서 발생한 쓰나미 사고 현장에서 이미 알려졌다. 당시 한국은 100℃ 물에 지문을 담가 순간적으로 팽창시킨 뒤 채취하는 '고온습열처리법'을 이용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한국의 지문감식 기술에 관심을 갖고 기술을 배워가기도 했다.

[YTN 화면 캡처]

[YTN 화면 캡처]

다만 문제는 시간이 흐를 수록 지문 채취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헝가리 사고 대응팀은 사고가 난 지 열흘이 지난 데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며 수온이 올라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대응팀 소속 임병호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사고 당일 수습된 시신은 (지문이) 선명한 상태였다"며 "섭씨 25도 미만에서는 3개월까지 (지문 채취가) 가능하지만 수온이 올라가면서 지문 채취가 가능한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1~2주는 문제없을 것 같지만, 수온이 올라가면 급속도로 채취가 어려워진다"며 "현재까지는 괜찮지만 차후 발견되는 실종자의 지문 채취는 좀더 어려워질 것 같다"고 전했다.

대응팀은 지문 채취가 어려워지게 되면 DNA를 채취해서 신원을 확인할 예정이다.  임 과장은 지문을 통한 신원 감식이 여의치 않으면 "직계가족의 DNA를 채취해서 (실종자의 DNA와) 비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선체 인양 준비를 위해 수중 수색은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한국과 헝가리 측은 헬기와 선박 등을 이용한 수상 수색을 통해 조속히 실종자를 수습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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