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출 해주겠다” … 6억원 챙긴 '쓰레기 사냥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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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평택항 고대부두에 폐기물이 쌓여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당진평택항 고대부두에 폐기물이 쌓여있다. [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소각대상 폐기물 4500t을 대신 처리해주겠다며 수거해 전국 폐기물 배출업자들로부터 수억원을 받아 챙긴 뒤 항만 야적장 등지에 무단 투기한 일당이 해양경찰에 적발됐다. 해양경찰청은 수집한 폐기물을 불법 처리한 공모(54)씨를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운반 브로커 이모(54)씨 등 31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공씨 등은 지난해 3월 말에서 6월 초 사이 전국 재활용처리장에서 수집한 4500t 상당 폐기물을 평택·당진항만과 당진항 인근 해상 바지선에 불법 투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제3자 명의로 폐기물 처리업체를 설립한 뒤 전국의 폐기물 배출업자들에 접근했다. 이어 베트남으로 수출한다는 원자재 계약서를 보여줬다. 계약서에 명시된 베트남 수입업체는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였다.

해경에 따르면 공씨 등은 폐기물 배출 업자들에게 올바로 시스템 등록을 하지 않고 자신들이 알아서 처리한다며 t당 15만원씩 총 6억70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폐기물 배출, 운반, 처리를 위해서는 인계인수에 관한 내용을 전자정보처리프로그램인 '올바로 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해경 관계자는 “공씨가 베트남 수출할 것이니까 등록을 안 해도 된다고 배출업자들을 회유했다”며 “정황상 배출업자들도 원자재 계약서가 허위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해경은 공씨 등과 계약을 맺은 22개 폐기물 배출업체 운영자 중 적극적으로 가담한 법인대표자 11명과 개인 사업자 6명을 폐기물 불법처리 혐의로 입건했다.

올해 4월23일 당진항 앞 해상에 정박된 해상바지선에 폐기물이 실려있다.[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올해 4월23일 당진항 앞 해상에 정박된 해상바지선에 폐기물이 실려있다.[사진 해양경찰청 제공]

"불법 투기 말라" 지자체 명령도 거부

공씨 등은 그동안 불법 투기에 대한 지자체의 조치 명령에도 ‘나 몰라라’ 식으로 버티며 불응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평택·당진항 인근 야적장에는 3300㎡ 규모의 폐기물이 5m 높이로 쌓인 채 방치돼있다. 이들은 인천, 부산, 전북 군산 등 전국 항만에 비슷한 방법으로 쓰레기 약 1만t 불법 투기해 다수의 관계기관에서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씨 등은 폐기물관리법 제18조 1항에 의해 최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형사 외근 중 해상 바지선에 폐기물이 잔뜩 실려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최초 배출업체, 운반업체, 처리업체 등을 역추적해 이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공씨 등의 여죄 여부를 조사하는 한편 전국 항만에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인천=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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