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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버지니아주 청사 무차별 총격범은 시청 엔지니어, 동료들 왜 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시(市) 청사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 피해자 대다수는 총격범과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동료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희생자 12명 중 11명은 시청 직원, 41년 근무한 피해자도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희생자 12명 중 11명은 짧게는 11개월부터 길게는 40년 이상 근무했던 시청 소속 직원이었다. 절반인 6명은 총격범인 드웨인 크래덕(40)과 같은 부서인 공공시설물 부서에서 근무했다고 WSJ은 전했다. 동료들을 향해 총을 겨눈 크래덕은 시 소속 엔지니어로 일해왔다.

현장서 사망한 범인, 동료 왜 겨눴나 ‘미스터리’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시 청사 사건 현장 인근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출동해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비치시 청사 사건 현장 인근에 경찰차와 구급차가 출동해있다. [AP=연합뉴스]

크래덕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AP통신은 “(수사당국이) 누군가가 타깃이 됐던 건지 사건 이전에 (크래덕이)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한 적이 있는지에 등에 대한 언급을 꺼렸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크래덕이 해고된 상태라 전했지만 버지니아비치 제임스 세베라 경찰서장은 여전히 그가 시에 소속된 상태라고 했다. 청사는 일반에 공개돼 있지만 내부 사무실 등으로 들어가려면 출입증이 필요한데 그가 직원이라 출입증을 소지하고 있어 출입이 가능했을 것으로 수사당국은 추정했다.

사건 당일 크래덕을 마주쳤다는 공공시설물 부서의 조지프 스콧은 AP통신에 “총격 5분 전 화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평소 때와 다름없이 이를 닦고 있었고 ‘주말에 뭐할 거냐’는 식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아들이 전화해 ‘괜찮냐’고 물어와 총격사건을 알게 됐다”며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비치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버지니아비치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경계를 서고 있다. [AP=연합뉴스]

크래덕이 평소 무언가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CNN은 버지니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크래덕이 ‘불만 많았던 직원’(disgruntled employee)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의 근무환경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크래덕의 부모는 직장 생활과 관련해 아무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동료 스콧 역시 평소 그가 직장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며 그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크래덕을 아는 이들은 그를 조용하고 예의 발랐던 인물로 기억했다. 이웃들은 AP통신에 그가 자동차 애호가였으며 보디빌더였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크래덕은 버지니아 주 뉴포트뉴스에 있는 덴비 고등학교를 1996년에 졸업한 뒤 육군 주 방위군에서 기본적인 군사훈련을 받았다. 오클라호마 주 포트 실(Fort Sill)에서 개인적인 훈련을 받았다고도 매체는 전했다. 올드도미니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했으며 CNN에 따르면 크래덕은 청사에서 근무하기 전 버지니아 소재 엔지니어링 회사에 소속된 프로젝트 매니저로도 일했다.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만 15년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CNN은 버지니아 비치와 인근 주의 온라인 법정 기록을 검색한 결과 2013년 교통 법규 위반 사실 외엔 중범죄 전과가 없었다고 전했다.

크래덕은 지난달 31일 오후 4시쯤 버지니아비치시 청사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다. 그의 손에는 소음기가 장착된 45구경 권총이 최소 두 개 들려 있었다고 한다. 2016년과 2018년에 각각 구입된 것으로 수사당국은 봤다. 크래덕은 탄창을 계속 재장전하면서 건물 내부를 돌아다녔다고 당국은 밝혔다. 크래덕은 현장에 출동한 4명의 경찰관과 총격전 끝에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모두 12명이 사망하고 최소 5명이 중상을 입었다. CNN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에서 가장 피해 규모가 큰 살인사건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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