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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라 결석하면 진단서 제출?"…경기교육청, 증빙자료 금지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의 한 남녀공학에 다니는 여중생 A양(15)은 '그날'이 다가오면 걱정이 앞선다. 심한 생리통 때문이다. 진통제를 먹어도 가시지 않는 통증 때문에 꼼짝도 할 수가 없다. 고민 끝에 몇 번 학교에 생리로 인한 공결(인정 결석)을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학교에선 병원 진단서나 처방전 등 증빙자료를 요구했다. A양은 "산부인과 등 병원을 방문해 1만원 정도를 내고 진단서를 떼야 하는 과정도 번거롭지만, 남녀공학이라 눈치도 보여서 그냥 참고 등교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중앙포토]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중앙포토]

앞으로 경기지역 초·중·고교에선 여학생들이 생리 공결제를 이용할 때 의무기록 등을 학교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제3차 학생 인권실천계획'을 최근 각 학교에 전달했다고 29일 밝혔다. 성적 등으로 기숙사나 정독실의 입실을 제한하거나 대회 참가 등 차별을 없애고 여학생에게 치마 교복을 강요하는 등 성 역할에 따른 교복 착용 정형화 금지와 겨울철 교복 위 외투 착용 같은 교복 자율·다양성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진단서 제출 요구, 인권침해"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여학생의 생리 공결제 인정 및 병원 진료기록 등 과도한 개인 정보 요구 금지'다. 생리 공결제는 생리통으로 인한 여학생들의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로 교육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06년부터 도입됐다. 이에 따라 여학생들이 극심한 생리통으로 결석할 경우 월 1일에 한해 출석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학교장 재량 등에 따라 시행 방법이 다르다. 일부 학교는 생리 공결제를 이용하는 학생에게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나 약국 방문 기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요구하면서 학생 등의 반발을 사고 있다. 생리 공결제 문제는 경기도교육청이 학생들을 학생 인권정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경기도 참여 학생위원회'에서도 지적됐다.

지난해 활동한 8기 위원회는 "진단서 등 증빙자료 제출이 학생들의 인권 침해는 물론 생리 공결제 사용을 꺼리게 한다"며 생리 공결제 이용 시 의료기록 요구 금지, 학생자치활동 예산과 자율성 강화 등 5개 의견을 경기도교육청에 전달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도 관계자 협의 등을 거쳐 생리 공결제 시행 시 병원 진단서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도록 각 학교에 권고했다. 매년 이런 계획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도 검토하고 관련 민원 등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보호자 의견·상담 등으로 대체 

그러나 일각에선 진단서 제출 금지 등 절차를 단순화하면 생리 공결제를 악용하는 학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개인적인 일을 하기 위해 생리 공결제를 남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한 교고 관계자는 "아이돌 가수의 공개 방송을 가기 위해 생리 공결제 이용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도 종종 있기 때문에 진단서나 처방전 등 의료기록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의료기록 제출은 학생들의 인권침해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학생 인권실천계획에 포함했다"며 "권고 사항이라 시행 여부는 학교장 재량에 맡길 예정이지만 생리 공결제가 질병으로 인한 결석은 아닌 만큼 진단서나 소견서, 처방전 등을 요구하는 것보단 보호자 의견서 제출이나 상담 등으로 대체하는 것이 남용을 막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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