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과 회동논란 양정철 "내 식사비 15만원 내가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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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최근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가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당시 택시비 대납 논란과 관련해 27일 오후 추가 해명을 냈다.

서훈 국정원장과 양 원장의 회동 사실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언론 ‘더팩트’는 당시 회동을 마치고 양 원장이 모범택시를 탔는데 그 택시비를 식당 주인이 대신 내줬다는 사실을 추가 보도했다. 또 회동이 동석자가 없는 독대 자리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그러자 양 원장은 ‘더팩트’의 추가 보도뒤 국회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택시비 대납건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보도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선 조목조목 반박했다. 양 원장은 만난 식당이 공개된 장소임을 강조하면서 “국정원 원장님과 몰래 만날 이유도 없지만 남들 눈을 피해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인당 15만원 가량의 식사비도 직접 냈다고 해명했다. 다음은 해명서 전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자신과 서훈 국정원장이 독대했다는 한 언론 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자신과 서훈 국정원장이 독대했다는 한 언론 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책임한 폭로에 대한 추가 설명』

1. 당일 만찬 참석자들은 모두 서로 아는 오랜 지인입니다. 정치얘기 선거얘기를 했다가는 피차가 민망해지는 멤버들이었습니다.
국정원 원장님과 몰래 만날 이유도 없지만 남들 눈을 피해 비밀회동을 하려고 했으면 강남의 식당에서 모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정원장이 비밀 얘기 할 장소가 없어 다 드러난 식당에서 누군가를 만났다는 가정 자체가, 정치를 전혀 모르는 매체의 허황된 프레임일 뿐입니다. 또 비밀얘기를 나눠야 할  눈치 보이는 회동이라면 어떻게 둘이 함께 당당히 걸어나와 한참을 더 얘기를 나누고 예의를 갖춰 헤어지는 모습을 다 노출했겠습니까.
다만 지인들의 경우 공직자도 아닌 민간인 신분을 프라이버시 고려 없이 제가 아무리 곤경에 처해도 일방적으로 공개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연합뉴스]

2. 해당 매체는 여의도 당사에서부터 지하철, 식당까지 저를 미행하고 식당 근처에 차를 세워둔 채 블랙박스로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압니다. 식당 안의 상황을 전혀 알지도 못한 채 추측과 억측으로 무책임한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미행과 촬영에 급급해, 마지막 헤어지는 장면 하나를 포착해 이를 바탕으로 근거없는 폭로를 재생하고 있습니다.

3. 제 식사비는 제가 냈습니다. 현금 15만원을 식당 사장님께 미리 드렸습니다. 식당 사장은 제가 일반 택시를 좀 불러달라고 했는데 모범택시를 부른게 미안하기도 하고, 귀국해 오랜만에 식당을 찾은 제가 반갑고 (여전히 놀고 있는 줄 알고) 짠하다며 그 중 5만원을 택시기사 분에게 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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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모처럼 귀국해 옛 지인들을 만나고 인사를 하고 밥을 먹고 음식값 낸 것에서 택시비 5만원 깎아준 일이 다섯시간 미행과 촬영과 파파라치에 노출된 다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폭로를 전문으로 하는 매체야 그렇다쳐도 숱한 매체들이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의혹 재생산에 부화뇌동 한다면 서글픈 일입니다. 문희상 국회의장님 뿐 아니라, 전직 국회의장님들도 오랜 기간 신세진 분들이라, 저의 인간적 도리이자 예의라 생각해 찾아뵀거나 앞으로 찾아뵙기로 돼 있습니다. 심지어 다른 정당에 계신 정치 대선배도 찾아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서 원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은 정치행위가 아니라 저의 사람도리, 인간적 예의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얼마든지 더 미행하고 더 도촬을 해도, 거리낄게 없습니다. 정치 위에 도리가 있고 의리가 있습니다. 2년 동안 떠나 있어, 안에서 고생한 분들에 대한 미안함과 애틋함이 있습니다. 도리로 하는 일을 호도하지 말아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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