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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철 “유시민·조국 가세 땐 대선 안심”…친문 차기 주자 띄우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양정철. [뉴시스]

양정철. [뉴시스]

“유시민, 조국 두 분이 가세하면 다음 대선이 얼마나 안심이 되겠습니까.”

유시민, 정계복귀 요청 질문에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 토크콘서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영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유 이사장, 조 수석이 손사래 치는 것에 대해선 “세상 일이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도 했다.

양 원장은 인재 영입 등 민주당 총선 전략 수립의 중책을 맡고 있어 사회자 김어준씨의 질문도 이 대목에 집중됐다. 양 원장과 유 이사장은 패널로 참석했다.

“유시민은 언제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양 원장은 “그는 노무현 대통령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다. 소년급제(당시 47세)한 것이다. 벼슬을 했으면 거기에 걸맞은 헌신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무대 위의 유 이사장이 “그건 그대들 생각”이라고 하자 양 원장은 “데자뷔 같다. 문 대통령도 처음엔 정치를 한사코 안 하겠다고 거리를 뒀다”고 맞받았다. 양 원장은 “딱부러지는 분이 왜 자기 앞길은 명확하게 결정 못하냐. 때가 되면 역사 앞에 겸허하게 나서야 한다”며 정계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여권 내부에선 유 이사장의 발언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 이사장은 이날 정계복귀 요청에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 했고, 지난 14일엔 라디오에 나와 “나중에 혹시 정치하게 되면 욕을 하시라”며 여지를 남겼다.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설이 가라앉지 않은 이유는 그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인 조 수석과 함께 민주당의 차세대 간판으로 집중 거론되는 배경이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이 된 후 자제하던 SNS 활동을 재개했다. 내년 총선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 주역이란 기대가 민주당 안팎에서 나온다. 두 사람은 특히 친문재인 열성 지지층의 팬덤을 형성한 공통점이 있다. 유 이사장은 18일 “조 수석과 자신 중 누가 대선 주자로 낫냐”는 질문에 “못 알아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민주당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총선 전략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당 관계자는 “양 원장이 백원우 부원장과 함께 인재 영입 물밑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의 발언을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으로 드러난 당내 세력 분화와 연결짓는 분석도 나온다. 86그룹 대표주자 격인 이 원내대표가 ‘친문 핵심’ 김태년 의원을 원내대표 경선에서 누르면서 당내 역학구도가 변했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양 원장이 유 이사장과 조 수석 등 친문 그룹 차기 주자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향후 당내 계파별 목소리가 분출될 가능성에 대비해 친문 주류가 새로운 당의 구심점을 제시해 자신들의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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