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현금복지 스톱” 지자체들 ‘복지대타협위원회’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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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충남 아산에 있는 KTX 천안아산역사 회의실에서 열린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준비모임에 참석한 염태영 준비위원장(수원시장·왼쪽에서 여섯째)과 정원오 간사(서울 성동구청장·일곱째) 등 시장·군수·구청장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인접 구에 있는 학교에서 내년에 무상 교복을 시작한다. 부산진구에 살면서 이 학교에 다니는 절반의 학생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벌써 항의가 빗발친다. 이럴 때 구청장으로서 ‘대략 난감’이다.”(서은숙 부산진구청장)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겠다는 지방자치단체까지 등장했다. 보훈 분야도 지자체마다 혜택이 다르다. 복지 대타협에 대한 공감은 물론 강제할 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김영선 서울 양천구청장)

27일 낮 12시 KTX 천안아산역 2층 키로실.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준비모임에 참석한 10여 명의 기초지자체장들이 인삿말을 하는 사이에 회의장은 ‘현금복지 성토장’으로 바뀌었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산하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는 이날 준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앞으로 ‘무분별한 현금복지’ 정책에 대해 1~2년간 검증 과정을 거쳐 일몰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개별 지자체가 조정 권고(폐지)를 어기고 정책을 강행하면 중앙정부의 제재를 받아들인다는 데도 합의했다.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모두 참여한다. 무차별로 현금을 살포하는 지자체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한 본지 보도(2월 21일자 1·3면 ‘“현금복지 경쟁 그만” 여당 구청장의 분노’) 보도 이후 기초단체 차원에서 협의기구가 구성됐고, 타협 방안이 제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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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대타협위원회는 다음 달 정식 출범한다. 전국 기초단체 226곳이 모두 참여하며, 위원회에는 20여 명의 위원(지자체장)과 복지·재정 전문가 6~8인, 시민 대표 2~3인 등으로 구성된다. 각 지자체가 시행 중(또는 예정)인 현금복지를 전수 조사해 성과를 분석할 예정이다. 시행 중인 사업은 1년, 계획 사업은 2년간 실시 후 효과가 검증되면 중앙정부 사업으로 옮기도록 건의한다.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민선 7기가 마무리되는 2022년 6월 일몰제를 적용해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기초단체장들이 ‘현금복지 스톱’에 뜻을 모은 건 재정 부담은 가중되는데, 복지정책은 경쟁적으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새로 도입된 기초단체의 복지정책은 모두 668건, 4789억원 규모에 이른다. 특히 현금성 복지가 66.7%(2278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노인수당·청년수당·출산축하금·독서수당·해녀수당 등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자체 간 소모적인 갈등을 부르기도 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황명선 논산시장은 “지자체들이 저출산 극복방안으로 출산장려금을 경쟁적으로 내놓았다”며 “효과도 의문스러운 장려금에 과다한 재정 출혈과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섭 대전 중구청장은 “솔직히 축구대회 지원도 신경이 쓰인다”며 “늦었지만 기초단체 차원에서 합의안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 대타협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객관적 정책 검증과 지자체의 이행 약속이 필수다. 이날 복지대타협특별위원회 준비위원장에 선임된 염태영 수원시장은 전국 지자체장이 약속 이행을 합의하고, 복지부·행안부 등 중앙정부에 법제화를 제안하며 지자체는 페널티(제재)를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모든 단체장이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할지는 미지수다.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달 10만원씩 공로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자세한 내용은 서울구청장협의회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며 “(정책 폐기의 경우) 기준과 근거가 명확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날 준비위 발족식에는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종천 과천시장, 홍성열 충북 증평군수 등 전국에서 15명의 지자체장이 참석했다.
아산=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