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집회 보호 의무 어긴 것 아냐”…인권위, 퀴어축제 진정 기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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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와 함께하는 무지개 현수막. [연합뉴스]

인권위와 함께하는 무지개 현수막.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이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아 집회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는 진정을 기각했다.

지난해 6월 동성애 반대 단체는 집회 장소 점거, 피케팅 등을 통해 대구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경찰이 방해 행위를 완전히 막지 못한 것이 집회 자유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신청했지만, 인권위는 경찰의 대응이 집회 자유 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27일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경찰은 당시 세부 경비대책을 사전에 수립하고 1500여명의 인력을 동원해 반대단체 참가자들의 집회 방해 행위를 사전 차단했다. 비록 경찰이 반대 단체의 돌발 행위를 완전히 저지하지 못해 일부 행사 진행에 차질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경찰의 보호 의무 유기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인권위의 판단이다.

다만 인권위는 퀴어문화축제가 소수 집단의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였다는 점을 고려해 경찰청장에게 “사회적 약자 및 소수집단의 집회를 적극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대구 퀴어문화축제의 진정이 발생한 배경에는 성소수자·이주민·난민 등 사회적 소수 집단에 대한 혐오가 더 폭력적으로 변해간다는 양상이 존재하며 이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6년 방한한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취약한 상태에 놓인 집단 중 성소수자들이 집회에 참가할 때 반대자들의 위협을 받지 않아야 한다"며 "집회 반대자들도 집회의 권리가 있지만, 다른 집회자들의 평화적 집회의 권리가 제한되지 않도록 경찰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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