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사는 '아기 하늘다람쥐' 날아서 부산까지?…숨은 사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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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문화재청=연합뉴스]

하늘다람쥐. [문화재청=연합뉴스]

강원 백두대간과 지리산 등에서 서식하는 하늘다람쥐가 부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하늘다람쥐는 과거 '날다람쥐'로 불렸던 동물로,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 피부를 넓게 펼쳐서 하늘을 나는 독특한 다람쥐다.

부산 을숙도의 야생동물치료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한 통신업체로부터 구조 신고가 들어왔다. 지리산에서 철거돼 부산에 도착한 통신 장비 안에서 눈조차 뜨지 못한 새끼 다람쥐 2마리가 발견됐다는 신고였다.

센터가 출동해 확인한 결과 통신 장비 안에 있던 새끼 다람쥐는 천연기념물 328호로 지정된 하늘다람쥐였다.

하늘다람쥐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오래된 숲에서 산다. 최근에는 서식지 파괴 등으로 개체 수가 감소해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분류됐다. 강원 백두대간과 지리산 등 전국 곳곳에 분포되어있지만 부산에서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다.

센터는 지난 3~4월 지리산에 사는 어미 하늘다람쥐가 비교적 따뜻한 통신 장비 안에 새끼를 낳은 것으로 추정했다.

통신 장비 속에서 발견된 새끼 하늘다람쥐들의 생존 가능성은 낮았다. 센터 측은 수의사를 총동원해 치료에 나섰다. 하늘다람쥐가 먹는 초유를 미국에서 공수하고, 하늘다람쥐 체온을 높이기 위해 수의사들이 직접 하늘다람쥐를 안아서 돌봤다. 특히 체온 유지를 위해 수의사들은 따뜻한 물에 손을 씻은 뒤 하늘다람쥐를 안는 과정을 반복했다.

센터 측의 간호에 발견 당시 20g에 불과했던 하늘다람쥐들의 몸무게는 한 달 사이 55g까지 늘었다. 센터 측은 먹잇감 채취 훈련, 점프 훈련 등을 거친 뒤 빠르면 올여름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야생동물치료센터 관계자는 "하늘다람쥐가 치료센터를 왔을 때만 해도 2마리 모두 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며 "회복 속도가 빠르고 거의 다 자라 이제는 지리산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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