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OECD, 오늘은 KDI···한국 성장률 다 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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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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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기조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최근 경기 부진에 대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평가를 요약하면 이렇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22일 '2019년 상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하반기 전망치인 2.6%에서 2.4%로 0.2%포인트 내렸다. 전날(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하향 조정한 전망치와 같다. 조정된 전망치는 한국 경제가 자원(자본·노동)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올해 잠재성장률(2.6~2.7%)을 밑돈다.

소주성 정책에도 민간소비 증가율 하락…투자 부진 심화 

KDI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이어진 수출 감소가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민간소비는 정부 재정 동원을 포함한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에도 불구하고 낮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이 지표는 지난해 하반기엔 전년 대비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에선 2.2% 수준에서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크게 악화한 부분은 투자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등 주력 상품 수출 감소로 부진한 상황이 심화(1.3%→-4.8%)할 것으로 예측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건설 감소로 건설 투자 부진(-3.4%→-4.3%)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제조업 고용 개선 어려워…공공 일자리로 취업자 20만명 늘 것 

일자리 부문에서도 최근 정부 단기 공공 일자리 정책으로 서비스업 등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했지만, 수출 부진 탓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제조업 부문의 '고용의 질' 개선이 쉽지 않다고 봤다. 올해 실업률은 지난해(3.8%)와 비슷한 3.9%로 전망했다. 다만 취업자 수는 지난해(9만7000명)보다 늘어난 20만명 안팎에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지난해 하반기 경제전망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효과를 다소 과하게 봤지만, 이를 축소하여 재평가했고 보건·의료·복지·서비스 부문에서 정부 일자리 정책 효과가 취업자 증가를 유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20만명 안팎의 취업자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 바닥은 올 하반기…최저임금 인상發 성장 둔화 가능성도 

경기 침체 국면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시점은 올해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나머지 산업 부문의 성장세가 미약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성장률 자체가 높아지더라도 섣불리 경기가 개선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산업 전반의 구조적 생산성 상승이 이어져야 경기의 '먹구름'도 걷혔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등 소주성 정책은 성장률을 높일 만한 총수요 견인엔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기초연금 인상과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사회안전망 강화 정책이 민간소비 확대로 이어지면 예상보다 빠르게 경제가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경제정책은 중장기적 시각에서 한국 경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 조성에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5% 안팎으로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3.7%)보다 낮은 3.3%를 기록한 뒤 내년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도 함께 고려됐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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