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숨지게한 유승현 "혐의 인정하냐" 묻자 고개 절레절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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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페이스북 캡처]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의장. [페이스북 캡처]

주먹과 골프채로 아내를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유승현(55) 전 김포시의회 의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17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열렸다.

이날 심사를 위해 김포경찰서를 나온 유 전 의장은 “폭행치사 혐의 인정하냐” “아내 살해 의도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유씨는 검은색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숙인 채 호송차에 탑승했다.

17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 15일 오후 4시 57분쯤 김포시 자택 주방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내 A씨(53)를 주먹과 골프채로 수차례 때려 숨지게 한 혐의다. 유씨 범행 뒤 119에 전화해 “아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은 자택 안방에서 쓰러져 있는 유씨의 아내를 발견했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A씨의 양팔과 다리에서는 여러 개의 멍이 발견됐으며 얼굴과 머리에는 타박상을 입어 부어오른 흔적이 있었다. 현장에서는 피 묻은 골프채 1개와 빈 소주병 3개가 발견됐고, 이 가운데 소주병 1개는 깨진 상태였다.

119에 신고한 유씨, 현장에서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

119로부터 연락을 받고 현장에서 도착한 경찰은 유씨로부터 폭행 사실을 자백받고, 유씨를 현행범으로 그 자리에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아내와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 끝에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단 유씨에 대해 지난 16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 여부는 영장실질심사를 마치는 17일 오후 결정될 예정이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15일 낮 12시부터 4시간가량 자택 거실에서 아내와 소주 2병을 나눠 마셨다고 진술했다. 유씨는 “주방에서 아내를 폭행했고, 이후 아내가 안방에 들어갔는데 기척이 없었다”며 “성격 차이를 비롯해 평소 감정이 많이 쌓여 있었다”고 폭행 동기를 진술했다. 그러나 유씨는 살해 의도 여부에 대해서는 “아내가 사망할 줄 몰랐다”며 부인했다.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전 의장이 블로그에 올린 글. [블로그 캡처]

유승현 전 김포시의회 전 의장이 블로그에 올린 글. [블로그 캡처]

블로그 내용과 다른 행적에 비난 일어

경찰은 A씨의 시신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정확한 사인을 밝힌 뒤 유씨가 아내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 살인죄 적용을 검토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부상 정도를 볼 때 A씨는 몸 여러 곳에 폭행을 당했으며, 유씨가 골프채로도 폭행한 사실을 시인한 만큼 유씨 역시 A씨가 숨질 가능성을 알았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부검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사 결과를 종합해 유씨의 적용 혐의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에 알려지자 과거 유씨의 블로그 내용과는 다른 유씨의 행적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다. 유씨는 2015년 1월 자신의 블로그에 당시 인천 송도 어린이집 보육교사 폭행사건 등을 언급하며 “폭력에 정당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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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은 지난 16일 오후 윤리위원회를 열어 유 전 의장을 제명하기로 결정했다. 유 전 의장은 현 민주당 전신인 새천년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2002년 김포시의회 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김포시의회 의장을 역임한 뒤 현재 김포시 산하기관장을 맡고 있다.

김포=전익진·최은경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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