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뉴 홀랜드 프로젝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인공섬 '뉴 홀랜드(러시아어로 '노바야 골란디야')'가 러시아 부활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뉴 홀랜드의 넓이는 약 2만3000평. 빨간 벽돌로 된 창고 건물들이 외곽을 둘러싸고 있고, 가운데에는 섬 밖의 운하와 연결되는 호수가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시는 이곳에 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해 2009년까지 호텔.콘서트장.쇼핑센터가 들어서는 러시아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 계획이다. 러시아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기로 했고 설계를 맡을 건축가도 정해졌다.

설계를 담당할 영국의 노먼 포스터는 "구상하고 있는 건축물 중엔 무대가 호수 위에 떠 있는 원형극장도 포함돼 있다"며 "유럽에서 가장 흥미로운 문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개선문이 서 있는 뉴 홀랜드는 18세기 초 배로 실어나를 목재를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도시를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으로 만들겠다는 러시아 표트르 1세의 구상 중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은 폐허가 돼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뉴 홀랜드 문화공간 개발'은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추진 중인 대형 도시 개발 프로젝트의 하나다. 여객선터미널(2009년, 2억 달러), 46.3㎞의 고속도로(2009년, 20억 달러)와 5만석 규모의 축구경기장(2007년, 8000만 달러) 같은 사업들이 내년부터 하나둘 마무리된다. 제정 러시아 시대 이 도시를 처음 건설할 당시를 방불케 하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유치한 외국인 투자는 전년보다 40% 늘어난 14억 달러에 이르렀다. GM과 도요타가 이곳에 자동차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세계 5위 거대 기업인 에너지 회사 가스프롬도 본사를 모스크바에서 이 도시로 옮길 계획이다. FT는 이 도시의 부활에는 이곳 출신인 푸틴의 정치적 지원이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전국 중계가 가능한 방송채널을 보유한 도시다. 모스크바에 있던 헌법재판소도 이곳으로 옮겨온다. 15일엔 G8 정상회담이 이곳에서 열린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