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달랐다'… 박인비·유소연이 말하는 도쿄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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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기자회견에 나선 박인비(왼쪽)와 유소연. [사진 KLPGA 박준석]

14일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기자회견에 나선 박인비(왼쪽)와 유소연. [사진 KLPGA 박준석]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은 올림픽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하다. 지난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서 주목받은 뒤, 메이저 대회 이상으로 생각하고 도전하려는 선수들도 늘었다.

달아오르는 2020도쿄 여자 골프 국가대표 경쟁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 "아직 해볼 만 하다" #'리우 탈락' 유소연 "인비 언니처럼 기회 되면..."

내년 7~8월 열릴 2020년 도쿄올림픽은 여자 골프로는 두 번째 치러지는 올림픽이다. 세계 1위 한국 여자 골프는 올림픽보다 더 뜨거운 대표 선발 경쟁부터 넘어야 한다. 올림픽엔 한 나라에서 2명이 출전할 수 있지만 세계 15위 안에 3명 이상의 선수가 들어있는 나라는 최대 4명까지 출전이 가능하다. 올림픽 선발 경쟁은 내년 6월말 랭킹을 기준으로 끝난다.

박인비가 지난 2016년 8월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개인전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박인비가 지난 2016년 8월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코스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개인전 최종라운드에서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14일 현재 세계 6위이자 국내 3위인 '올림픽 디펜딩 챔피언' 박인비(31)와 세계 12위이자 국내 5위 유소연(29)에겐 당연히 도쿄올림픽에 대한 도전 의식이 불타오를 수밖에 없다. 14일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둘의 도쿄올림픽에 대한 생각과 각오는 비슷한 듯 조금씩 달랐다. 이미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찬란한 경험'을 했던 박인비, 리우올림픽 당시 막판 경쟁에서 밀려 탈락했던 유소연은 저마다 처한 상황, 위치에서 도쿄올림픽을 향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14일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박인비. [사진 KLPGA 박준석]

14일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박인비. [사진 KLPGA 박준석]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때만 해도 4년 뒤가 멀어서 '그때까지 선수를 하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이젠 점점 올림픽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손가락 부상 등으로 힘들어했던 그였지만 현재 몸상태는 좋은 편이다. 그는 "아직은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면서 "메달을 따는 것만큼 대표팀에 선발되는 게 어렵다. 기회가 오면 정말 좋겠다.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후배들을 응원해주고, 그럴 만 한 위치에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라고 말했다.

14일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유소연. [사진 KLPGA 박준석]

14일 열린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유소연. [사진 KLPGA 박준석]

반면 유소연은 박인비의 금메달을 보면서 느낀 감정을 도쿄올림픽 도전에도 살려가고 싶은 생각이다. 유소연은 "올림픽에 나가고 싶단 생각을 많이 했지만 피부로 와닿진 않았다. 그런데 인비 언니가 금메달 딴 걸 가까이 지켜봤고, 금메달 딴 이후 행보를 보면서 언니가 느끼기에도 어떤 메이저 대회보다도 더 임팩트가 컸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존 골프 대회와는 다른 올림픽이 주는 색다른 시선에 주목했다. 유소연은 "골프를 몰랐던 대중들도 언니를 많이 알아봤다고 하니까, 올림픽이라는 무대 자체가 골프 대중화에 큰 힘을 준다는 걸 느꼈다. 골프 선수로 경력을 쌓으면서 대중화에 영향을 끼치는 선수 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언니처럼 기회가 되면 도쿄올림픽에 출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5일 열린 여자 골프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 대표로 나섰던 유소연.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원회]

지난해 10월 5일 열린 여자 골프 국가대항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에 한국 대표로 나섰던 유소연. [사진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조직위원회]

올해 좋은 샷 감각을 앞세워 대회 출전수도 꾸준히 늘려가고 있는 박인비는 7월에 열릴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다. 이미 박인비는 메이저 대회 우승을 모두 경험했지만, 일각에선 에비앙 챔피언십이 메이저 대회로 승격되기 전인 2012년 에비앙 마스터스 시절에 박인비가 우승한 만큼 5개 메이저를 모두 휩쓴 건 보기 어렵단 지적도 있다. 박인비는 "주변에서 에비앙 대회 얘기를 많이들 한다. 한 번 우승하긴 했지만, 좀 더 잘해야 하는 코스인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7차례 대회 중 1차례만 톱10에 들었던 유소연은 "앞으로 연이어 LPGA 대회들이 치러진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라면서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 접하기 힘든 링크스 코스라 다른 스타일의 골프를 쳐야 하고, 무엇보다 골프의 본고장에서 열리는 대회라는 게 큰 의미를 준다"고 말했다.

춘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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