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7500대 멈춰서나…노조 오늘 총파업 찬반투표

중앙일보

입력

경기버스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버스업체에서 경기자동차노조 회원들이 투표를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스1]

경기버스 파업 찬반 투표가 시작된 8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한 버스업체에서 경기자동차노조 회원들이 투표를위해 길게 줄 서 있다. [뉴스1]

9일 서울시버스노조가 파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투표를 실시한다. 과반수가 찬성하면 15일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투표 결과 따라 15일 총파업 여부 결정 #14일 지방조정위원회 노사 조정도 변수

서울시버스노조 조합원은 1만7000명, 운행버스 대수는 7500대다. 노조의 요구안은 크게 세 가지다. 올 7월 주 52시간제를 시행하면 임금이 줄기 때문에 5.98% 올려달라고 요구한다. 정년 연장(61세→63세), 학자금 계속 지원 등을 요구한다.

사측은 난색을 표한다. 이송우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경영관리실장은 "노조 측의 요구는 들어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추가로 채용하고 있어 임금 인상은 어렵다. 지난해 만 60세에서 만 61세로 정년을 연장했는데, 또 2년을 늘려달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복지기금은 10년 단위로 운영하는 데, 매년 42억원씩 총 420억원을 마련해야해 재정 부담이 너무 크다고 호소했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서울시도 상황을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가 버스 회사의 적자를 메워주는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만큼 임금 인상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매년 2500억원 가량을 버스회사에 지원한다. 임금 인상에 따라 적자가 늘면 지원금도 늘어난다.

한편 이날 투표에서 파업이 가결되더라도 그 전에 협상이 이어진다. 하루 전인 14일 자정까지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노사간 최종 조정이 진행된다. 이 자리에서 노사협상이 타결되면 파업은 취소된다. 서울시버스노조는 2012년 오전 시간대 오전 4~5시 사이 부분파업을 시행한 이래 지금껏 파업한 적이 없다.

지난달 강원도 일부 버스가 파업으로 멈춰서자 주민들이 비상수송 버스에 오르고 있다. [고성군 제공]

지난달 강원도 일부 버스가 파업으로 멈춰서자 주민들이 비상수송 버스에 오르고 있다. [고성군 제공]

이태주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실제 버스 기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크지만, 파업으로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에는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면서 "서울시와 사측이 버스 기사들의 현장 목소리에 좀더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희선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실제 파업이 가결되면 불법 파업여부를 검토해 대응하고, 파업 참여자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최종 조정까지 협의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버스 파업이 진행되면 지하철 증편하고 전세버스를 운영하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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