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출판은 생각도 못한다 |"사상적 무기" 북한출판물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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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북한의 출판물은 당의 위력 있는 사상적 무기로서 당원과 근로자들을 주체사상으로 무장시키며 사회 전체를 「주체사상」의 요구대로 개조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조선중앙연감』·86).그러므로 출판물은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예리하고도 전투적인」 혁명군대의 무기로도 비견된다.
이에 반해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출판은 오로지 자본가들의 이윤추구 수단으로 근로자들의 계급적 혁명의식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북한에서 당에 대한 견제나 비판, 「개인출판」과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당과 정부의 일사불란한 지도아래 출판사업이 이루어진다.
북한이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에서 출판을 중시한 것은 정권수립에 앞서 45년10월23일 조선 로동당출판사를 출범시킨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단순한 출판업무 뿐 아니라 북한 출판사업을 총 지휘, 통제하는 기능까지 갖고 있는 이 출판사의 등장으로부터 북한 출판사는 대략 5개 시기로 나누어 살펴 볼 수 있다.
해방에서 6·25직전까지의 제1시기는 주로 마르크스-레닌주의의 문헌이 집중적으로 번역, 출판됐다. 이 시기에 『소련공산당역사 간략독본』 『마르크스-엥겔스 저작선집』 『레닌 저작선집』등이 조선 로동당출판사에서 간행됐다.
6·25에서 1960년까지의 제2시기는 자주·자립·자위의 주체사상을 중심으로 김일성 유일사상 체계를 보급하는데 출판이 집중됐다. 농촌에서의 계급 교양자료·대중소설이 출판의 주류를 이루었다.
6만여 단어를 수록한 『로조사전』은 이 시기의 성과로 꼽힌다.
제3시기인 60년대는 김일성전기의 초기 집필자인 한설야·이나영 등이 숙청 당한 뒤 전기의「공식화」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 시기에『김일성 선집』『김일성 저작선집』등 김일성의「혁명활동」을 수록한 도서출판량이 3천7백만 부에 달했다.
제4시기인 70년대는 김일성의 혁명사를 체계화한 방대한 저작물인 『불멸의 역사』와 『주체의 사회주의 헌법이론』등이 나왔다.
또 60년대 중반이후의 민족문화 발굴사업이 진행돼 『이조실록』 『의방유취』등이 나왔고 『다산전집』과 『팔만대장경』등의 국역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됐다.
이와 함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안나까레니나』 등의 외국소설도 번역되었고 『백과사전』 『조선전사』등도 이 시기에 나왔다.
마지막으로 80년대는 김정일의 등장으로 특징지어진다.
82년3월 김정일의 『주체사상에 대하여』라는 논문이 발표된 데 이어 86년까지의 4년 남짓 동안 김의 지도아래 『무용예술이론』을 포함한 문예예술이론총서 등 1백여 종이 출판됐다.
특히 84년에는 『세계아동문학선집』등 어린이용 도서가 집중출판되어 전년에 비해 2백여 종 8백60여만 부가 늘었다고 한다. 또 85년 4월에는 「김일성로작」1천 종 발행기념회가 개최됐다.
이 「로작」들은 얽년 말까지 8개국어로 1천6백50만 부가 출판되어 해외에 배포된 것으로집계됐다.
한편 북한의 주요 정기간행물 및 발간조직은 분야별로 다음과 같이 개관할 수 있다.
◇사회· 정치부문▲『근로자』=로동당 기관지로서 매월 근로자사에서 발간. 당의 시책에 따라 당 간부 및 당원들을 조직, 동원하는 정치이론잡지.
▲ 『천리마』 =공장· 협동농장의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합잡지. 월간으로 군중문화출판사에서 발행.
▲ 『조선여성』 =여성동맹 기관지. 조선여성사가 월간으로 발행.
▲ 『인민교육』 =정무원위원회와 조선교육·문화·보건 일꾼 및 공무원 직업동맹의 기관지. 각급 학교 교직원 대상으로 교원신문사가 월간으로 발행.
이밖에 사회주의 로동청년동맹(사노청) 기관지인 『청년생활』 『소년단』 『새 세대』등이 있다.
◇문학· 예술부문=▲ 『조선문학』 =작가동맹 기관지로서 문예총출판사가 월간으로 발행,『청년문학』 『아동문학』 『시문학』『국문학』등도 있다.
이밖에 미술동맹의『조선미술』, 음악가동맹의 『조선음악』, 영화인동맹의 『조선영화』 , 무용가· 연극인동맹의 『조선예술』 등 기관지가 문예총출판사에서 간행된다.
◇학술· 과학부문=사회과학원이 발행하는 『철학연구』 『고고민속』 『조선어학』 『경제연구』등의 계간지와 『역사연구』등의 격월간이 있다.
또 과학백과사전 출판사의 『수학과 물리』 『분석화학』 『생물학』 『전기』 등이 월간으로, 국가건설위원회 및 조선건축가동맹기관지 『건축과 건설』, 보건부 기관지 『조선의학』등이 월간으로 나온다.
◇대외선전· 훙보부문=당중앙위원회 비서국의 책임아래 체제선전 및 반미선동을 내용으로 한 『오늘의 조선』 『조선무역』등이 8개 국어로 발행된다.
이와 같이 북한의 정기간행물들은 로동당·당 산하의 각 단체·정무원 기구 등의 기관지로서 분야별로 한가지씩 발행되고 있다. 내용면에서 당 정책 및 노선관철로 일관되면서도 각 출판사가 자체 제작한 출판물은 다시 정무원 출판총국의 최종 검열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전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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