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향하는 '삼바 칼끝'…검찰, 삼성전자 임원 구속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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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앞. [연합뉴스]

인천시 연수구에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앞.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관련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로 삼성전자 임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바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로부터 시작한 검찰의 증거인멸 관련 수사가 삼성전자까지 겨냥하면서 삼성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본사 임원 신병확보 시도 #檢 '윗선' 겨냥하며 전방위로 수사 확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는 삼성SDS 직원들도 증거인멸에 가담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SDS가 동원된 것은 그룹 차원의 개입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검찰은 8일 삼성전자 사업지원 TF(테스크포스) 상무 백모씨와 보안선진화 TF 상무 서모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백씨와 서씨는 에피스와 삼바에서 검찰 수사가 시작하기 전인 지난해 중순쯤 임직원들의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회계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회사 공용서버를 떼어내 인천 연수구 삼바 공장 마룻바닥 밑에 숨기는데도 가담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7일 삼바 공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바닥을 뜯어내고 노트북 수십 대와 공용서버 등을 확보했다.

수사팀은 백씨와 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에 이미 몇 차례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에피스와 삼바에 직접 출근하면서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혐의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검찰은 노트북 내 자료 삭제 등 증거인멸의 실행에 관여한 삼성SDS 직원들도 소환해 진술을 들었다고 한다. 삼성SDS는 소프트웨어와 정보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검찰은 이들이 보안 업무 전문가로서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임직원 컴퓨터 등에서 회계 관련 자료를 찾아 삭제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증거인멸 부분이 ‘본류’인 분식회계 의혹 규명과 맞닿아있다”며 “증거인멸 범죄가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 그 지시자와 책임자가 누구인지를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경영지원실장 양모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에피스의 양모 실장(상무급)과 이모 부장은 지난달 29일 증거인멸 및 교사 혐의 등으로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에피스에서의 증거인멸이 있었다는 검찰의 주장을 법원이 일정 부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신병확보를 통한 강제 수사 범위를 삼바와 삼성전자 본사 임원까지 확대한 상황이다.

회사 서버를 떼어내 숨기고 회계 자료를 폐기한 혐의로 7일 구속영장이 청구된 삼바의 보안 실무 담당 대리급 직원 B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8일 밤 결정된다. 검찰이 증거인멸 관련 수사를 통해 삼바 분식회계와 관련한 의사 결정 구조와 ‘윗선’을 파악하려고 하는 만큼  B씨와 삼성전자 임원 2명의 구속 여부에 따라 향후 수사 속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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