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 왜…국가 배급 줄이자 없는 사람 더 힘들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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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북 식량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한 건 북한의 취약계층이 심각한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란 평가다. 정부 당국자는 8일 “정부는 북한의 식량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 해 왔다”며 “지난해 이상 고온 현상과 대북제재로 인해 농사에 필요한 연료와 농기자재 반입이 중단되는 바람에 식량 생산량이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식량, 외화, 에너지난 등으로 인한 최악의 경제위기)을 겪으면서 식량 증산을 위해 농지 확보와 수로 공사를 했다”며 “2000년대 이후엔 꾸준히 식량 생산이 늘었지만 지난해 급감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뒤 경제구조가 바뀌어 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독립채산제를 강화하면서 기존 국가가 일률적으로 배급하던 제도를 바꾸어 대부분 시장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3일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곡물 수입량이 136만t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공동 조사단이 지난 4월 북한 황해북도에서 현지 조사하는 모습. [연합뉴스=FAO·WFP]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3일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곡물 수입량이 136만t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공동 조사단이 지난 4월 북한 황해북도에서 현지 조사하는 모습. [연합뉴스=FAO·WFP]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국가에서 배급하는 대상은 당이나 국가기관, 군 등 800만명 수준이고 나머지는 각 공장이나 기업소에서 자체조달하거나 시장을 통해 식량을 해결하고 있다. 국가 배급대상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밑도는 규모로, 나머지 주민들은 농장에서 직거래하거나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돈이 있는 주민들과 기업의 수입이 많은 곳에 종사하는 주민들은 식량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덜 받지만 그렇지 못한 주민들은 식량난에 즉각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최근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쌀값이 유지되는 건 돈 있는 사람들의 시장 거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3일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곡물 수입량이 136만t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공동 조사단이 지난 4월 황해남도의 배급소를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FAO·WFP]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은 3일 올해 북한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데 필요한 곡물 수입량이 136만t이라고 발표했다. 사진은 공동 조사단이 지난 4월 황해남도의 배급소를 방문한 모습. [연합뉴스=FAO·WFP]

지난 3일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3월 29일부터 10여일간 북한을 방문조사한 뒤 식량 수급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들 기관은 약 40% 가량의 북한 주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긴급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은 자존심이 강해 자신들의 어려운 환경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며 “최근 국제기구의 식량과 관련한 조사에 적극 협조하는 건 그만큼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와 동남에 국가에 파견된 북한 대사들은 올 초부터 식량난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식량 지원이 늦어질수록 취약계층이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주 방한하는 데이비드 비슬리 WFP사무총장은 서울에 머물며 정부 당국자들과 북한 식량난에 대한 평가와 지원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부는 북한의 어려운 식량 사정을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고,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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