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강제 입맞춤·심야 문자 '부장교사'… 법원 "해임사유 맞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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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한 중학교에서 부장교사로 재직하던 A씨는 2017년 6월 말 동료 교사들과 술을 마신 뒤 2차로 간 노래방에서 신규 임용된 여교사 B씨와 합석하게 된다. 동료 교사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A씨는 B씨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입맞춤을 시도했다.

춘천지법은 성추행 등 부적절한 행위로 해임당한 중등교사 A씨가 강원도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진 춘천지법]

춘천지법은 성추행 등 부적절한 행위로 해임당한 중등교사 A씨가 강원도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진 춘천지법]

B씨가 이를 거부하며 밀쳐내자 A씨는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노래방을 나와 집으로 가던 중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자신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춘천지법, 품위유지 위반해 해임된 A씨 소송 기각 #상급자 지위 이용해 부적절한 문자 보낸 점 인정 #법원 "교원은 일반인보다 엄격한 품위 유지 의무"

A씨는 그해 4월부터 9월까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또 다른 여교사 C씨에게 20차례나 문자를 보냈다. 술을 마시러 나오라는 내용이었다. C씨가 ‘술 드시고 연락 안 주셨으면 한다’고 답장을 보내자 그는 ‘앞으로 연락 없습니다. 알아서 본인 일은 알아서 처리하세요’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앞서 2017년 3월 신규로 임용된 C씨는 A씨의 답장을 협박으로 받아들였다. C씨는 교육청 조사 등을 통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과 부장교사의 요구를 따르지 않아 학교 근무가 힘들고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자괴감과 굴욕감을 강하게 느꼈다”고 진술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강원도교육감은 지난해 5월 A씨를 해임 처분했다. A씨는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청심사를 청구했지만 이마저 기각되자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에 대한 해임이 마땅하다고 판결했다.

춘천지법 행정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A씨가 강원도교육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과 구체적인 행위 등을 종합해볼 때 원고(A씨)의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강제추행에 해당하며 품위유지 위반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완력을 이용해 억지로 껴안고 입맞춤을 시도하는 등의 행동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음주운전으로 감봉 2개월의 징계처분을 받고도 자중하지 않고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A씨는 B교사·C교사 외에도 다른 여교사와 상담사 3명에게도 늦은 시간에 ‘술 한 잔 할 수 있느냐’는 내용의 문자를 수시로 보내기도 했다. 대부분 2016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이뤄진 일이었다. 강원도교육청은 A씨의 이런 행동을 교사로서 품위유지 의무를 지키지 않고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해임 처분했다.

강원도교육청 [중앙포토]

강원도교육청 [중앙포토]

하지만 A씨는 자신의 행동에 협박이나 의도가 없었다며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B교사에 대한 포옹이나 입맞춤은 시도에 그쳤고 불쾌감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다”며 “만취한 상태에서 친근감을 바탕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C교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낼 당시 협박 의도가 없었고 내용에도 위협적이거나 구체적인 고지가 없다”며 “동료 교사이고 우월적 지위에 놓여있지도 않아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는 교원으로 일반인보다 엄격한 품위유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원고를 해임한 (강원도교육감의)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춘천=박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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