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 선수 누군 소득세 누군 면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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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013년~16년 러시아 프로축구 리그에서 활약한 축구선수 A는 지난해 9월 난감한 과세 통보를 받았다. 2015~16년 러시아에서 받은 연봉을 포함해 종합소득세를 다시 내라는 경정 고지였다. 국세청은 이 기간 A가 국내 ‘거주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국내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A는 해당 기간은 국내에 납세 의무가 없는 세법상 ‘비거주자’ 신분이었다며 국세청의 결정에 불복하고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번 돈을 국내 가족 생활비 썼거나 #재산 불리면 거주자로 보고 과세

A는 이미 러시아에 세금(13% 단일 세율)을 냈다. 국내 소득세법은 ‘1년 중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 국내에 주소를 가진 ‘거주자’로 보기 때문에 자신은 ‘비거주자’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A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 및 국내에 소재하는 자산의 유무 등 생활관계의 객관적 사실에 따라 판정하라’는 다른 소득세법 조항 때문이다.

조세심판원은 ▶A의 아내가 2015~16년 대부분을 국내에 머물렀고러시아에서 번 소득의 대부분을 국내로 송금해 가족의 생활자금·재산형성 등에 사용했으며국민건강보험 등을 납부해 국내 사회보장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A를 국내에 생활 근거지를 둔 ‘거주자’로 봤다.

이는 조세심판원이 지난 2017년,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 프로리그에서 뛰었던 축구선수 B·C에 대해 내린 결정과는 사뭇 다른 판단이다. 당시 국세청은 이들에게 2014년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세금을 추가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B와 C는 세법상 ‘비거주자’라는 주장을 펼치며 맞섰다. 당시 조세심판원은 B·C가 가족과 함께 해외에 연평균 300일 넘게 체류했고, 국내에서 생활할 기반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유경수 진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2015년 2월 개정되기 전의 ‘소득세법 시행령’에는 ‘계속하여 1년 이상 국외에 거주할 것을 통상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가진 때’에 국내에 주소가 없는 것으로 봐, ‘비거주자’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며 “지금은 삭제된 이 조항이 조세심판원의 판단이 달라진 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국내에 경제 기반을 둔 사람에게 과세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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