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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구한말 지도자 사분오열, 나라 뺐겼는데…지금도 다를 것 없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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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문희상 국회의장이 2일 오후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온 문희상 국회의장이 2일 오후 퇴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은 최근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일어난 여야 충돌을 두고 "한국 정치가 100년 전 구한말과 다를 것이 없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왔다"고 밝혔다.

문 의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의장 공관에 전임 국회의장들을 초청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국회의장으로서 (여야 충돌을) 막지 못해 이루 말할 수 없이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만찬에는 박관용·김원기·임채정·김형오·정세균 전 의장이 참석했다.

문 의장은 이번 국회 내 여야 충돌을 두고 '자책감'과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첫 번째 드는 생각이 자책감이다"며 "국민 앞에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이어 "두 번째는 자괴감이다. 올해가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이다. 마음과 힘을 모아도 부족할 텐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100년 전 구한말 지도자들이 사분오열 나라를 빼앗겼는데, 그때와 지금이 다를 것이 없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왔다"며 "대한민국 국회와 정치가 이 엄중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전 국회의장들 만찬. [국회=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과 전 국회의장들 만찬. [국회=연합뉴스]

문 의장은 "다시 책임감을 가지려 한다"며 정국 정상화에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결국 정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치를 어떻게 복원하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 전임 국회의장들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전임 국회의장들은 "청와대와 국회 의장단의 만남 등 다양한 대화 채널 가동이 필요하다", "현재의 국회 기능과 위상으로는 해결책이 없다. 권력 구조 개편 등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고 국회 관계자는 밝혔다.

앞서 문 의장은 패스트트랙 충돌 과정에서 건강 악화로 열흘가량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이날 전임 국회의장들과의 만찬은 정국 정상화에 관한 조언을 얻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문 의장은 오는 6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의회 외교 차원으로 중국을 방문한다. 문 의장은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할 예정이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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