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지적장애인 착취한 부부 항소심서 감형…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뉴스1]

17년간 지적장애인에게 임금을 주지 않고 농사일을 시키는 등 노동력을 착취한 부부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 김태호)는 노동력착취유인(인정된 죄명 영리유인)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A씨(61)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씨의 아내 B씨(54)에 대해서도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지적장애를 가지고 전남 신안 염전에서 생활하던 C씨(48)를 영리 목적으로 유인해 17년이 넘는 기간 농사일 등 노동을 시키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폭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피해자에게 제공되는 혜택을 부당하게 이용하기 위해 피해자 명의의 신청서를 위조하고, 장애인 연금 등을 횡령하기도 했다”며 “피해자는 노동을 착취당하는 과정에서 허리를 다쳐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가 충분하지 못해 척추가 심하게 휘어 있고, 현재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A씨 등은 피해자의 가족들이 찾고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에도 본명과는 무관한 다른 이름을 창설했다”며 “이런 점 등을 보면 죄질이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검사가 죄명을 영리유인죄로 변경하고, 폭행죄를 제외한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하면서 가벼운 죄명으로 처벌을 받게 됐다”며 “특히 이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고 있는 점, 함께 여행을 가기도 했고, 때때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도 했던 점, 선의 의도를 배제하기 어려워 보이는 점, 피해자 가족이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들 부부는 지난 2000년 9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7년 동안 피해자 C씨에게 논·밭일을 시키고 임금 1억8000여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A씨는 2010년 7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고흥군으로부터 매월 C씨 명의 농협 계좌로 장애인연금, 기초주거급여, 생계급여 등 합계 5880여만원을 입금받은 뒤 각종 공과금 명목으로 자동이체하거나 전자제품 구매비 등으로 281회에 걸쳐 합계 17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C씨는 지적장애 2급으로, 1993년 경남 밀양에서 실종돼 신안의 한 염전에서 일하던 중 2000년 3월쯤 이들 부부에게 유인돼 전남 고흥에서 농사일 등을 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