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살해 부부, 엇갈린 주장···"숨겨야 할 게 더 있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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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30대 남성이 10대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과 관련,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난 친모(가운데)가 긴급체포돼 압송되고 있다.[연합뉴스]

30일 오전 광주 동부경찰서에서 30대 남성이 10대 의붓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사건과 관련, 범행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난 친모(가운데)가 긴급체포돼 압송되고 있다.[연합뉴스]

이른바 '의붓딸 살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30대 부부에게 숨겨야 할 게 더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숨진 딸과 친엄마의 관계가 결코 화목한 관계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의붓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계부 김모(31)씨는 경찰 조사에서 딸의 친모 유모(39)씨가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사건 당일 유씨가 목포역 인근에서 공중전화를 걸어 딸을 불러냈고, 자신이 딸을 목 졸라 살해하는 동안 유씨는 승용차 앞 좌석에 앉아 13개월 된 아들을 돌봤다고 진술했다. 또 시신을 유기하고 집으로 왔을 때 유씨가 '고생했다'며 자신을 다독였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지난달 30일 긴급체포된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 혼자 범행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교수는 계부 김씨와 친모 유씨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 "친모가 모를 수가 도저히 없다"며 유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유씨가 딸을 집 밖으로 불러낼 때 자신의 휴대전화가 아닌 공중전화로 불러냈다는 데 주목했다. "유씨는 김씨와 같은 차 안, 같은 공간에 있었다. (김씨가) 사전에 노끈 등 여러 가지 물품을 준비했다는데, 몰랐다고 잡아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마지막 순간, 남편이 뒷좌석으로 옮겨가 딸을 살해했는데, 앞 좌석에 타고 있던 (유씨가) 몰랐다는 건 납득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많은 분은 '친엄마가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에 주목하는데, 실제 친부나 친모가 1명 있고, 계부나 계모가 1명 끼어 있는 이런 가정에서 아동 학대 치사 사건이 제일 많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 순간 (딸을) 죽음에 이르게 한 건 계부 김씨지만, 그 전에 친모 유씨와 딸 간의 관계가 화목한 관계는 절대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아마 학대는 장기간 존재했을 것이다. '심리적으로 끔찍한 결과가 있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 될 정도로 관계가 악화했던 상황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읽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행자가 '친엄마가 아이 무당 교육을 시킨다며 학교도 안 보냈다', '그 전에도 친엄마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딸의 친할아버지 주장이 있었다고 밝히자 이 교수는 "친권을 가졌던 당시에 친모, 보호자였던 친모의 부적합성을 좀 파악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시신을 유기하고 온 김씨에게 유씨가 '고생했다'고 말했다는 김씨의 진술에 대해서는 "전 남편에 대한 앙심 같은 게 있을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봤다. 이 교수는 "이 부부는 만난 지 한 3년 정도밖에 안 됐고, 최근 아들까지 낳았다. 이 부부 입장에서 전남편의 아이인 딸은 끼어들 자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전 남편의 아이가 계부 김씨를 성추행으로 신고한 것, 이 사건이 3인의 가정을 깨는데 위기를 유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들은 이 딸이 결국 자신들의 아성을 깰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 결국 계부가 딸을 살해하기까지 친모가 정신적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씨는) '딸이 없어져야 한다', '딸이 문제제기를 한다', '딸이 가져온 위기를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정신적으로 보면 계부의 배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며 "계부에게 전한 '수고했다'라는 한마디. 이것이 이 사건의 중요한 요소일 개연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 이 교수는 계부가 강간 미수만 있었을까 하는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상당히 장기간 성적 접촉이 있었을 개연성이 있다"면서 "친엄마인 유씨는 무슨 일을 했을까. 몰랐을까. 그런 부분도 한 번쯤 조사를 해본다면 유씨의 공범 여부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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