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내고 '운전자 바꿔치기' 시도한 경찰…법원 "강등 처분 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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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무관함. 김성태 기자

도로에서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무관함. 김성태 기자

음주 사고를 낸 뒤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가 강등 처분을 받은 경찰관 박모씨가 "징계가 무겁다"며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조미연)는 지난해 박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

박씨는 2018년 2월 23일 새벽 지인 오모씨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택시를 들이받았다. 당시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3%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출동한 경찰이 박씨에게 운전을 했는지 묻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동승자 오씨가 자신이 운전했다는 취지로 경찰관들에게 대답했다. 박씨는 사고 직후 경찰서로 이동해 사고 경위 등을 작성했는데, 이때도 경찰관들의 질문에 "운전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얼마 뒤 다시 조사를 받은 박씨는 그제서야 "사실은 내가 차량을 운전했고, 사고 당시에는 오씨가 계속 운전을 했다고 하길래 가만히 있었다"고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을 털어놨다.

경위 계급이었던 박씨는 이 사건으로 지난해 4월 징계 처분을 받아 강등됐다. 박씨는 "비위 행위에 비해 강등은 너무 무거운 징계"라며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박씨의 비위 사실의 내용과 성질을 고려하면 강등 처분이 재량권을 남용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현직 경찰관인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은 높은 도덕성과 윤리성, 준법의식이 요구되는데 박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고, 동승자의 거짓말을 묵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공무원법의 음주운전 징계양정기준에서 음주운전으로 인적 또는 물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를 낸 경우 해임에서 강등까지 징계를 내릴 수 있도록 했으므로, 강등 처분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봤다. 또 같은 법 규칙에서 음주운전의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고 규정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으로 박씨가 입게 되는 불이익보다 경찰공무원의 기강 확립 및 경찰공무원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 유지 등의 공익이 더 크다"며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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