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입 혐의' 박기호‧정창배 치안감 구속영장…강신명 전 청장까지 이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2016년 9월 열린 국회 안행위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016년 9월 열린 국회 안행위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에 유리한 정보를 수집한 현직 경찰 지휘부 2명에 대해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당시 경찰 최고위직을 맡았던 강신명 전 청장에게도 구속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성훈)는 경찰청 정보국의 선거‧정치 개입 활동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책임자급인 박기호‧정창배 치안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6일 밝혔다. 치안감은 본청 국장급이나 지방경찰청장급으로 경찰 내 고위급 간부다.

박 치안감과 정 치안감은 청와대와 경찰 정보라인 사이 연락책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은 경찰청 정보2과장 출신으로 경찰 조직 내 정보통으로 꼽힌다. 영장실질심사는 이르면 오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정창배 치안감이 일했던 청와대 치안비서관실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7년 5월 청와대 직제 개편으로 없어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기호 경찰청 전 정보심의관(현 경찰인재개발원장)과 정창배 청와대 전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현 중앙경찰학교장)은 정보경찰 조직을 이용해 2016년 4월에 열린 20대 총선 당시 여당에 유리한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수립해 공무원 선거관여 금지 규정을 위반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를 받고 있다.

특히 2015년 11~12월 대구‧경북 지역 여론과 선거 전략을 담은 문건이 대구 지역에 출마를 준비할 당시 여권 인사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이 당시 강신명 전 경찰청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기호 치안감은 대구 출신으로 경북지방경찰청 정보과장과 울진경찰서장을 지낸 바 있다.

검찰은 또 2012~2016년 정부‧여당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세월호특조위와 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 전교조‧진보교육감 등을 이른바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혐의(직권남용)도 적용했다. 이들은 진보교육감 활동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부교육감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1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최근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당시 정무수석실 산하였던 치안비서관에게 경찰 선거 개입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현 전 수석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 사건으로 징역 3년 6개월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최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대 총선에서 ‘진박 감정용’ 여론조사를 한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10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이번 수사는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 수사를 하던 중 서울 서초구 소재 영포빌딩에서 보관된 문건을 확보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문건을 넘겨받은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별도 수사발표 없이 정창배 치안감과 이훈 경무관(당시 전주완산경찰서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해 11월과 12월, 올해 4월 등 3차례 경찰청을 압수수색했고, 국가기록원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정보경찰이 만든 보고서들을 확보해 수사 범위를 넓혀왔다.

검찰은 지난 21일 강신명 전 경찰청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2시간 넘게 조사했다. 검찰 수사가 강 전 청장 영장 청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당시 여당에 유리한 선거 정보를 모으고 정치권에 전달되는 과정을 강 전 청장이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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