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날아든 '성장 쇼크'···정부는 "대외 환경 탓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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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브리핑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2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미세먼지 등 국민 안전’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브리핑 중 물을 마시고 있다. [뉴스1]

25일 새벽 한국은행이 집계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기획재정부에 통보되자 정책 당국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률(-0.3%)을 기록, 2017년 4분기(-0.2%) 이후 5분기 만에 또다시 한국 경제가 후진했다는 소식에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소집됐기 때문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24일) 오후 늦게에서야 이 소식을 알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활동 동향 등을 통해 경제지표가 크게 나빠진 건 인식하고 있었지만,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는 홍 부총리도 짐작하지 못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는 원인을 세계 경제 하강 등 대외 환경 탓으로 돌렸다. 홍 부총리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대외 불확실성 지속으로 투자가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 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미·중 통상갈등 지속, 브렉시트(Brexit), 신흥국 금융 불안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못했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정부의 경제 정책이나 내수 부진, 노동·규제·세제 등 국내 요인은 거론되지 않았다.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선 마이너스 성장이란 성적표를 받아들기 이전에 '투자 분위기 확산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는 점이 강조됐다.

정부의 이런 인식은 기업들이 투자 부진 원인을 경직된 노동과 규제 환경 등 국내 요인에서 찾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말 매출액 순위가 높은 국내 기업 176곳을 설문조사 한 결과, 기업들은 규제 완화(30.2%)와 노동 유연성 확대와 임금 안정화(26.1%) 등을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으로 꼽았다.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 등 그간 정부가 추진한 경제 정책도 기업이 투자에 부담을 느끼는 중요한 원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올 1분기를 기점으로 일관되게 유지됐던 경제정책 방향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확장적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은 물론, 각종 규제 완화 정책에도 속도를 낼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홍 부총리는 당장 이날 긴급 장관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이외에 경기 부양책을 대거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력 산업과 신산업, 서비스업 등에서의 규제를 완화하는 규제샌드박스 사례를 올해 안에 100건 이상 확대하고 기업 투자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 부총리는 "올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경제활력 과제를 발굴해 6월 중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담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과 투자 감소가 급격히 경기를 위축시키고 있는 가운데, 소비도 늘지 않고 있다"며 "노동비용 인상은 국내 소비 여건을 개선하기보다 수출품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어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의 궤도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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