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순 “산불 인재 아냐” 발언에 강원도청 달려간 이재민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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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속초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공동대책위원회가 22일 오전 강원도청을 찾아 최문순 도지사에게 산불 관련 망언을 사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성·속초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공동대책위원회가 22일 오전 강원도청을 찾아 최문순 도지사에게 산불 관련 망언을 사죄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형산불 원인에 관해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인재(人災)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알려지면서 이재민들이 항의하고 나섰다. 산불 발생 보름이 지났으나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다 보상 문제를 놓고 한국전력공사와 소송에 들어갈 준비까지 하는 주민들 입장에선 최 지사 발언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불피해 이재민으로 구성된 고성·속초 한전 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오전 강원도청을 찾아 “최문순 도지사는 고성산불 망언을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민들은 오전 9시 15분부터 이뤄진 최 지사와 면담에서 “인재가 아니라고 하면 자연재해밖에 없는데 왜 인재라고 했느냐”며 항의했다.

이재민들은 “저희는 한전과 소송에 돌입해야 하는 데 정말 힘들다. 솔직한 얘기로 옆에서 누가 도와주냐”며 “우리가 돈도 다 걷어서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산불 원인이 인재가 아니라고 한 근거가 무엇이냐”며 “산불은 한전의 관리소홀로 발생한 인재임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최 지사는 “인재가 분명하면 국가는 책임이 없어진다”며 “정부도 관리 책임 등 포괄적인 책임이 있으니 함께 나서라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관리 등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정부와 한전에게 공동으로 책임을 묻기 위해 이 같은 말을 했다는 게 최 지사 설명이다.

최 지사는 “주민들을 대신해 한전과 직접 소송을 벌일 준비도 하고 있다”며 “피해보상 문제도 빨리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는 30일까지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이재민들은 “어찌 됐든 이런 상황에서 방송된 모습에 피해주민은 오해가 많다”며 “해명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면 피해주민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최 지사는 “인재라고 하겠다”며 “방송에서 한전 책임 없다고 한 적도 없고, 한전 책임 있기 때문에 ‘우리가 대신 소송해서 빨리 끝내자’는 얘기를 한 점들도 함께 인식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면담은 40여분 만에 마무리됐다.

앞서 최 지사는 지난 20일 방영된 도내 한 TV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예’ 또는 ‘아니오’(Yes or No) 단답형 퀴즈에서 ‘이번 동해안 산불은 모두 확실한 인재다’라는 질문에 ‘아니오(No)’라고 답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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