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의 사부곡 “아버지에 대한 사랑 표현 못 해 후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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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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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세상을 떠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44) 대한항공 사장이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
조 사장의 글은 장례를 치르고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로 출근한 첫날인 17일 올라왔다.

이 글에서 조 사장은 “회장님 집무실에 들어가면 여전히 회장님이 계실 것만 같다”며 “회장님께서 사용하셨던 모든 것들은 그대로인데, 회장님을 뵐 수 없는 집무실을 보면 먹먹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에게는 회장님이기 전에 아버지셨다”며 “저 역시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하던 부족한 아들이었다”라고도 했다.

조 사장은 이어 “장례를 치르는 동안 살아 계실 적 회장님께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가슴 치며 한없이 후회했다”며 “깊은 슬픔에 경황이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 임직원 여러분 덕분에 무사히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다.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고 도와주신 임직원 여러분과 조 회장님이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해주신 수천 명의 임직원께 진한 감동과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인사를 전했다.

조 사장은 임직원에 대한 감사와 함께 미래에 대해 당부도 했다.

그는 “마음은 무겁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며 “지난날의 모든 아픔은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 하나 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조 사장이 게시글을 올린 뒤 18일 대한항공의 익명 게시판에는 다양한 응원 메시지가 올라왔다. 한 임직원은 “진심이 느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 또 다른 임직원은 “회장님이 일구어 놓으신 모든 것들 빛이 나게 이끌어 주십시오”라고도 했다.

또 “눈물이 나네요. 화이팅하시고 더 넓은 하늘길 열어주세요” “슬픔을 추스를 시간도 없이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쌓여 있겠지만, 잊지 마세요. 저희가 응원하고 의지하며 같이 가고 있습니다” “사장님 힘내세요. 사장님의 이러한 진정성 있는 마음이라면 직원들도 더 잘 따르고 더 잘하려 할 것입니다. 더 행복하고 나은 미래를 위해 화이팅해요”와 같은 반응이 이어졌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빈소를 빠져나와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1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비롯한 유가족들이 빈소를 빠져나와 영결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다음은 조 사장의 글 전문이다.

제목: 임직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회장님 집무실에 들어가면
여전히 그 자리에 회장님이 계실 것만 같습니다.
회장님께서 사용하셨던 모든 것들은 그대로인데, 회장님을 뵐 수 없는 집무실입니다.

텅 비어 있는 공간은 애써 누르고 있던
먹먹한 마음을 다시 차오르게 합니다.

저에게는 회장님이기 전에 아버지이셨습니다.
저 역시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지 못하던 부족한 아들이었습니다.

아빠가 되어 보니 조금은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갖는 이 마음으로
아버지도 저를 사랑하셨겠다고 하고 말입니다.

장례를 치르는 동안 살아 계실 적 회장님께
사랑을 잘 표현하지 못했던 것을
가슴 치며 한없이 후회했습니다.
깊은 슬픔에 경황이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 임직원 여러분 덕분에
무사히 장례를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빈소와 각 분향소에서 조문해주시고
따뜻한 위로를 전해 주신 임직원 여러분.

수많은 조문객분들을 잘 맞이 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도와주신 임직원 여러분.

공항을 비롯한 국내외 현장과 하늘에서
마음으로 눈물로 함께 애도 해주신 임직원 여러분.

특히, OC빌딩과 서소문 사옥에서
이른 아침부터 도열하여
회장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배웅해 주신
수 천명의 임직원 여러분께
진한 감동과 깊은 감사를 느꼈습니다.

슬픔을 함께 하면 나눌 수 있다는 말의 참된 의미도
우리 임직원 여러분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진심으로 마음 다해 감사 드립니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여전히 마음은 무겁지만 아직 우리에게는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임직원 모두가 자부심을 느끼는 대한항공.
고객과 국민이 신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한항공.
우리가 가야할 이 길을 위해
지난 날의 모든 아픔은 뒤로 하고
새로운 마음, 하나된 마음으로 다시 시작합시다.

여러분이 함께 하기에 저는 다시 걸을 수 있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조원태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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