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실험 의혹’ 서울대 이병천 교수 조사…은퇴 탐지견 끝내 세상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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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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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 등 여러 작업에 동원되는 사역견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학대 의혹이 제기된 서울대 이병천 수의대 교수에 대해 서울대가 조사에 착수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그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서울대 수의대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던 비글종 복제견 ‘메이’는 실험 도중 끝내 세상을 떠났다.

사역견을 실험동물로 데려간 서울대 수의대

‘K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농림축산검역본부는 2013년부터 5년간 인천공항 검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던 복제 탐지견 비글 '메이'와 다른 두 마리 ‘페브’, ‘천왕이’를 2018년 3월 서울대학교 수의대에 동물실험용으로 이관시켰다.

메이는 8개월 만에 아사 직전의 상태로 검역본부에 돌아왔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 교수 연구팀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은퇴한 검역 탐지견을 실험하고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동물보호법 제24조에 따르면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하여 사역하고 있거나 사역한 동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금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교수는 스마트 탐지견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은퇴 탐지견들을 대상으로 잔혹한 동물실험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교수는 사역 동물을 대상으로 불법 동물실험을 했을 뿐 아니라 해당 동물을 빈사 상태로 만드는 등 학대 행위까지 저지른 것으로 의심된다”며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22일 검찰 고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수의대에서 실험 중인 퇴역 탐지견 구조해달라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 16일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울대 수의대가 실험 중인 퇴역 탐지견을 구조해달라는 청원을 올렸다.

이 청원에서 비글구조네트워크는 “5년간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했던 국가 사역견들에게 수고했다고 새 가정을 찾아주지 못할망정 어떻게 남은 삶을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동물실험실로 보낼 수 있냐”며 “실험을 즉각 중단하고 남은 비글들을 비글구조네트워크 실험동물 전용 보호소로 이관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이 단체는 서울대학교 수의대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연구사업 ‘우수탐지견 복제생산 연구 및 검역기술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견 탐지개발 연구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재검토해줄 것을 청원했다.

마지막으로 이 단체는 “OECD 국가 중 국가 사역견이 실험동물로 쓰이는 현실은 대한민국밖에 없다”며 “장애인 보조견이나 국가 사역견들의 더 나은 복지 증진과 퇴역 후 행복하고 안전한 여생을 보장하는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과 기반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17일 현재 5만여 명이 해당 청원에 동의했다.

서울대 윤리위 이병천 교수 관련 의혹 조사 중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 캡처]

이병천 교수는 황우석 교수와 함께 세계 최초로 개 복제를 성공시켰으며, 개 복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지난 2017년에도 여러 동물보호단체로부터 식용견을 이용해 동물실험을 하고, 실험동물을 학대하는 등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며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사역견의 동물 실험 논란이 일자 서울대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이 교수에 관해 제기된 의혹을 조사하는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윤리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 교수가 속해 있는 서울대 수의대 역시 단과대 차원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별개로 이 교수에 제기된 의혹에 관해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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