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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에서 세월호까지…한국당 잇단 막말 시리즈 왜?

중앙일보

입력

5ㆍ18 폄훼 논란에 시달렸던 자유한국당이 이번엔 세월호 막말 파문에 휩싸였다.

차명진 전 의원.[중앙포토]

차명진 전 의원.[중앙포토]

17ㆍ18대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국회의원을 지낸 차명진 전 의원이 15일 페이스북에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란 글을 올려서다. 여기에 정진석 한국당 의원도 16일 페이스북에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으라 하세요.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이제 징글징글해요.’ 오늘 아침 받은 메시지”라고 소개해 논란을 키웠다.

당사자들은 해당 글을 삭제했다. 당 지도부도 진화에 나섰다. 황교안 대표는 16일 관련 입장문을 내고 “깊은 유감을 표하며 세월호 유가족과 국민께 진심 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당 윤리위원회도 두 사람에 대한 공식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럼에도  5ㆍ18 폄훼, 탄핵 부정, 세월호 막말 등 국가적 비극을 계속 헤집고 부정하는 듯한 한국당의 최근 행태에 대한 실망감과 회의론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당 지지율 상승 국면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지율 회복에 자신감을 얻은 탓에 세월호, 5ㆍ18, 박근혜 탄핵 등 보수진영 내에서 금기시돼 온 이슈를 섣불리 건드리다가 부메랑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잔뜩 움츠려 있다가 자그마한 상승에 그만 ‘속내’를 들키고 만 셈”이라고 전했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보수 꼰대의 공감 능력 부재, 왜곡된 역사 인식이 또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여권이 황교안 대표 등을 세월호 사태 책임자로 지목한 게 보수층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차 전 의원은 “황교안 대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책임자로 고발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한 나머지 감정적인 언어로 유가족을 비난했다”고 말했다. 여권이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정서가 보수층에 팽배한 상태에서 황 대표에 대한 공격이 들어오자 자극적인 언어로 보수층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선 차 전 의원을 지지한다는 댓글도 많았다. 그러나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차 전 의원의 발언은 집토끼만을 만족시키기 위한 혐오 정치, 적대 정치의 적나라한 폐해”라고 지적했다.

 '5·18 망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진태(왼쪽부터), 김순례, 이종명 의원.(뉴스1 DB)

'5·18 망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김진태(왼쪽부터), 김순례, 이종명 의원.(뉴스1 DB)

다만 한국당의 잇따른 막말 논란이 역으로 “황교안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의 5·18 폄훼 발언과 관련해선 4ㆍ3 재보선 등을 이유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당 핵심관계자는 “황 대표로선 두 달 전 문제를 굳이 끄집어낼 명분이 약했는데, 세월호 막말 논란이 오히려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말했다. 정기용 당 윤리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19일 열리는 윤리위에선 일단 세월호 관련 논의가 핵심이지만, 5ㆍ18 공청회 사안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중도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한국당은 털어낼 것은 털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민우ㆍ성지원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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