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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첫 방송 인터뷰 JSA 귀순병 오청성 “아침만 해도 남쪽행 생각 안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년 전 11월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 오청성(25)씨가 기억하는 ‘그날’은 어떨까.
귀순 약 18개월 만인 15일(현지시간) 미국 NBC 뉴스와 첫 방송 인터뷰를 한 그는 당시 귀순을 계획한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오후 3시 15분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었는데 아침까지만 해도 남쪽으로 갈 생각이 없었다”면서다. 즉흥적인 결정이었단 뜻이다. 귀순이 자유를 위해서였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Yes)’고 짧게 답했다.

지난 2017년 11월 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지프에서 내려 남쪽을 향해 달리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1월 JSA를 통해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지프에서 내려 남쪽을 향해 달리는 모습. [연합뉴스]

오씨는 당시 군용 지프 차량을 타고 개성에서 판문점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인 ‘72시간 다리’를 건너 MDL로 돌진했다. 그러다 바퀴가 도랑에 빠지자 차에서 내려 남쪽을 향해 뛰었다. 이 과정에서 그를 뒤쫓은 북한 병사에 의해 팔꿈치와 어깨 등에 최소 5발의 총상을 입고 쓰러졌다.

총격 가한 동료에 “나라도 그랬을 것” #“살아있단 사실 기적, 잡혔다면 총살형 처했다”

자신이 패딩 재킷을 입고 있었고, 총알이 몸을 관통했다고도 그는 회상했다. 그러면서 “관통상 때문에 근육이 찢어지고 피가 아래로 흘러내리는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총격을 가한 동료를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내가 그들 입장이었어도 똑같이 총을 쐈을 것”이라면서다.

그는 “상황이 긴박했기 때문에 운전 중 제정신이 아니었다”며 “빠른 속도로 탈출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극도로 무서웠다”고 회상하며 쓰러졌을 당시엔 자신이 죽는 줄 알았다고도 말했다. 한국군이 구하러 올 때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유엔군사령부는 지난해 1월 귀순 당시 상황을 담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는데 그는 “(영상을) 볼 때마다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기적이란 걸 깨닫는다. 나조차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믿을 수 없다. 영상 속 인물이 나란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잡혔다면 자신이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최악의 경우 총살형에 처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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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은 “당시 한반도는 긴장의 시기였다”며 “오청성이 귀순하기 한 달 전 김정은 정권은 가장 강력한 핵실험을 강행했고, 오청성이 탈출하고 2주 만에 북한은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전했다.

NBC 측은 이날 방송 인터뷰가 오씨가 미국 언론과 처음으로 한 것이라며 그의 얼굴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지만 사진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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