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여름방학] 초등학생 독서 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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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엄마는 드라마 재방송은 왜 봐요."

한 방 맞았다. 보통 엄마들은 그랬다. 빨간펜으로 권장독서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책을 '공부'의 연장으로 생각했다. 때가 되면 그림책에서 위인전으로. 또 소설로, 사회과학 서적으로 옮겨가지 못하면 불안했다. 그러나 진짜 '고수 엄마'는 책 읽기에 있어 모든 선입견을 버린다.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그만큼 다양한 그림 세상을 보여줄 자신이 없다면 그림책은 얼마든지 보여줘도 좋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숲 속 작은 어린이 도서관’에서 김소희 관장(왼쪽에서 두번째)와 백창화 관장(가운데)이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김병미 어머니와 함께 ‘아이와 같이 책 읽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태성 기자


어린이도서관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 관장과 사단법인 '어린이와 도서관' 상임이사로 어린이 독서문화운동을 이끌고 있는 김소희(39)씨, 그리고 일산의 '숲 속 작은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백창화 관장(41)은 그렇게 한다.

◆ 아이와 인생을 이야기하자

▶백창화=엄마들은 대화하는 요령을 익혀야 돼요. 여기'틀려도 괜찮아'란 책이 있습니다. 틀리는 걸 두려워 말고 부닥치자는 취지의 책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이런 책을 읽히면서도 "그러니까 너도 앞으로 수업시간에 손 열심히 들고 발표해"란 식으로 계몽합니다. 저는 "맞아. 나도 어렸을 때 틀리는 게 너무 싫었는데… 아직도 엄마도 잘 못해"라면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김소희=아이들에게 굳이 숨겨야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또 아이는 엄마와 같이 이해하지만 방식은 다릅니다.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력을 당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슬픈 란돌린'이란 좋은 책이 있습니다. 엄마는 '이런 것을 읽혀도 좋을까요'라고 물으면서 심란하게 책을 읽힙니다. 그러나 아이의 첫 반응은 '생뚱맞게도' 책을 가리키며 "엄마 나도 이런 인형하나만 사줘"입니다. 아이가 책을 읽고 엄마만큼의 감동과 교훈을 얻지 못한다고 아이를 다그치면 안 됩니다.

◆ 함께 고르는 책이 값지다

▶김소희=서점에 데리고 갔어요. 딸 동아는 요즘 엄마들은 싫어하고 아이들은 좋아하는 '무서운 게 딱 좋아'란 책을 집어들더군요. 얼떨결에 혼쭐을 내며, 새 책을 골라줬지요. 2주 후 딸아이 가방에서 그 책이 나오더군요. 친구한테 빌리느라 힘들었다고 투덜대면서요. 서점 가면 반반씩 사는 게 좋아요. 엄마가 고른 거 하나, 아이가 고른 거 하나.

▶백창화=저희 어린이 도서관도 우리집 거실에서 출발했어요. 전문사서도 아니지만 책을 사랑하는 '엄마' 같은 주부 관장에, 다른 엄마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지요. 그러면서 생긴 게 '책읽는 엄마 모임'입니다. 아이와 함께 와서 책을 같이 고르고 읽는 거지요. 엄마도 모든 책을 유익하게 읽는 건 아니에요. 독후감을 강권하지 마세요. 대신 책에서 얻은 인상을 한 구절 정도 끄적거리면 족해요.

◆ 엄마만의 독서공간 가지세요

▶김소희=엄마들은 부엌 말고 자기 공간이 없기 쉬워요. 일본의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가 세운 4층짜리 '고양이 도서관'도 사과 궤짝 하나에서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나무박스 하나를 사서 식탁 옆에 놓고 '엄마의 서재'라고 이름붙여 보세요. 아이들은 '엄마도 책을 읽는구나' 하면서 쪼르르 달려와 같이 읽자고 합니다.

▶백창화=서점에 갈 때는 아이책만 사지 말고 엄마책도 꼭 한 권씩 고르세요. 한 어린이 도서관 설문조사에서 아이들이 연간 최소 100권을 읽는 동안 엄마들은 1. 5권을 읽었다고 하던데요. 엄마도 아이를 통해 자기의 인생을 함께 느껴가는 게 어떨까요.

이원진 기자 <jealivre@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아이와 가볼 만한 어린이 도서관>

◆ 어린이와도서관 cafe.daum.net/ilovei, www.kidlib.or.kr, 02-2297-5933, 숲속 작은 도서관 외 전국 43곳

◆ 책읽는사회문화재단 www.book reader.or.kr, 02-3675-8783, 전국 작은도서관 49곳 지원

◆ 한국사립문고협회 inews.org/read, 031-401-6458, 전국 공공.개인 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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