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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최고대표자', 사실상 공식 국가수반 지위 오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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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는 새로운 칭호가 부여됐다. 북한에선 전례 없는 칭호로, 김 위원장이 사실상 공식적인 국가수반 지위에 오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 수정해 국가수반 역할 추가 가능성"

북한 조선중앙TV는 14일 김정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며 녹화 실황을 방영했다.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맨 왼쪽), 김재룡 내각총리(왼쪽 두 번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 세번째), 박봉주 당 부위원장(맨 오른쪽) 등 주석단에 오른 간부들이 박수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TV는 14일 김정은 위원장의 국무위원장 추대를 경축하는 '중앙군중대회'가 13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됐다며 녹화 실황을 방영했다.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맨 왼쪽), 김재룡 내각총리(왼쪽 두 번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 세번째), 박봉주 당 부위원장(맨 오른쪽) 등 주석단에 오른 간부들이 박수치는 모습. [연합뉴스]

조선중앙방송은 14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전날 개최된 ‘국무위원장 재추대 경축 중앙군중대회’ 소식을 전하며 “김정은 동지께서 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이며 공화국의 최고영도자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되신 대정치사변을 맞이하여 온 나라는 끝없는 환희로 끓어번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 최용해 신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경축보고에서 “최고영도자 동지를 전체 조선인민을 대표하고 나라의 전반사업을 지도하는 국가의 최고직책에 모심으로 하여…사회주의 위업을 다그쳐 인민의 꿈과 이상을 빛나게 실현해나갈 수 있게 됐다”고 거론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북한은 통상 최고지도자를 당·정·군 세 가지 직책으로 호명해왔다. 그동안 김 위원장에 대한 호칭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이신 우리 당과 국가, 군대의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최고인민회의(11일) 이후 세 직책 중 ‘국가’를 대표하는 국무위원장 앞에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란 수식어를 반복적으로 붙이고 있다. 중앙통신 영문판 보도에도 국무위원장(chairman of the State Affairs Commission)은 ‘the supreme representative of all the Korean people’(전체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라고 표현했다. 이를 두고 기존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맡았던 국가수반의 역할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로 넘어간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북한 매체들은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수정을 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개정 이전 북한 헌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최고영도자’(100조)이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117조)고 명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가 13일 오후 방영한 영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 발표를 위해 최고인민회의 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 참석했다. 조선중앙TV가 13일 오후 방영한 영상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 발표를 위해 최고인민회의 회의장에 들어서는 모습.[연합뉴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선인민의 최고대표자는 북한 연구 중 처음 듣는 표현”이라며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장이 국가를 대표한다’고 117조를 고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아버지 김정일이 대내외 국가수반을 분리한 걸 다시 합쳐 할아버지 김일성 때의 권력 체계로 복귀한 것이 된다. 대외활동을 꺼린 김정일은 1998년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은 국방위원장 군 통수권자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내세웠다.
조 선임위원은 “1970년대 김일성 주석 시절엔 김 주석이 국가수반을 겸했다”며 “김정은은 국무위원장에 국가수반의 역할을 추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김정은이 공식적으로 명실상부한 국가수반에 오르며 권력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상당 규모의 인사를 단행해 ‘2기 정권’을 출범시켰고, 당의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역시 자신을 포함해 최용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부위원장 3인 체제로 개편했다. 종전 김정은·김영남·최룡해·박봉주·황병서 5인에서 황병서가 탈락한 4인으로, 여기서 또 다시 3인으로 줄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는 박봉주에게 맡기고, 정치는 최용해에 일부 역할을 줘서 본인이 장악해서 하겠다는 의미”라며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흔들린 위상을 복구하고 내부 기강을 다잡으려는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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