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그를 버리지 않는다" 盧의 문재인, 문재인의 조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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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조국을 버리지 않는다.”

인사 검증 실패 논란으로 야권의 경질 요구에 직면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의 말이다. 그는 “지금 국면이 ‘기-승-전-조국’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결코 조 수석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수석비서관과의 오찬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수석비서관과의 오찬에서 조국 민정수석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과 조국 수석의 관계는 단순히 대통령-수석비서관의 그것을 넘어 ‘원칙과 신념’으로 엮여 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목표인 권력기관 개혁을 원칙대로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 조 수석이며, 그 상징성과 능력을 문 대통령이 확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조 수석은 청와대에 들어온 이유와 목표가 뚜렷한 사람이다. 공수처 설치를 핵심으로 하는 검찰개혁이다”고 말했다.

지난 3월 9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 3월 9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안 놔주실 것 같습니다.”

조 수석은 지난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문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내비쳤다. 그는 당시 청와대 내부 자료인 『국정원ㆍ검찰ㆍ경찰 개혁 전략회의』라는 책자를 보여주며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다. 왜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고, 민정수석은 공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여기 나와 얘기를 할까 하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와 자신의 사명감을 보여준 것이다. 유시민 이사장이 “권력구조 개혁을 안 끝내고도 학교로 가실 수 있나”라고 묻자, 조 수석은 “(문 대통령이) 안 놔주실 것 같긴 합니다. 숙제를 주셨으니까”라고 답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1월 21일 오전 청와대 집무실에서 문재인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후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1월 21일 오전 청와대 집무실에서 문재인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후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과 조 수석의 신뢰 관계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의 관계를 닮았다는 분석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의 진용을 꾸릴 때 문재인 민정수석 카드에 대한 반대에 부딪혔다. 문희상 당시 비서실장(현 국회의장)이 “눈망울이 사슴 같아서 민정수석에는 안 맞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저 사람보다 나이가 일곱 살 많은데 한 번도 반말해본 적이 없다.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문 수석의 장점으로 “균형 감각과 통찰력”을 언급했다고 문 의장은 회고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후보 때는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닌 문재인 친구 노무현”이라는 말로 ‘무한 신뢰’를 나타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민정수석. [연합뉴스]

“조국 차출, 문 대통령만 할 수 있어”

조 수석은  2015년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사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당 혁신위원회에 참가해 힘을 실어줬다. 민정수석에 임명된 2017년 5월 10일에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문 대통령의 철학과 구상이 있는 것으로 안다. 충실히 보좌하겠다”고 말했다. 당시의 다짐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셈이다. 알릴레오에서도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이) 칼로 물 벤 것처럼 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신다”며 자신의 임무를 강조했다.

이런 관계를 아는 여권의 관계자들은 내년 총선에서 조 수석을 PK(부산ㆍ경남)에 차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 수석을 총선에 출마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뿐이다”고 말한다. 조 수석은 “임무가 끝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향후 검찰개혁 법안 처리 상황, PK 차출론 등의 변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총력 방어에 나서면서 청와대와 조 수석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 후보자의 역량 검증을 중심으로 한 청문회를 다시 여는 것을 야당에 제안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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