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우리 모두 처음이라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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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카카오택시를 불렀는데 웨이고 블루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팝업이 떴다. 웨이고 블루는 카카오 모빌리티와 택시업체들이 만든 ‘승차거부 없는 택시’다. 콜비 3000원이 더 들지만, 자동 배차여서 승차거부가 없고 친절한 서비스를 표방한다. 무슨 이벤트인가 했더니 콜비 3000원을 안 받는다는 거였다.

각종 충전 케이블이 제공되는 차 안은 깨끗했다. 40대 초반의 기사는 “법인택시 운전보다 만족스럽다”고 했다. 운행횟수는 비슷하지만 월급제여서 ‘돈 되는’ 손님을 고르는 스트레스가 적다고도 했다. 조심스레 수입을 물었더니 “법인 택시 시절보다 낫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교통 요금은 싼 편이다. 유니폼을 입은 백발의 택시기사가 90도로 인사하는 일본 택시 서비스에 감동하지만 가격은 두세 배다. 사납금을 채우고 추가로 수입을 벌어야 하는 한국 택시 기사들이 ‘돈 되는’ 손님을 골라 태우려는 심리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비 내리는 새벽에 30분 넘게 카카오택시를 기다리다 바로 달려온 ‘타다’ 덕분에 무사히 귀가한 적이 있다. 며칠 뒤 만난 60대 개인택시 기사는 ‘타다’ 차량에 삿대질까지 하며 말했다. “저 놈들 때문에 택시요금이 오르는 거요. 우리 밥줄은 끊기고.”

웨이고 블루 택시는 이제 겨우 150대다. ‘이벤트’를 핑계로 배차하지 않으면 만나기도 어렵다. 웨이고 블루를 운영하는 타고솔루션즈는 “아직은 이벤트 배차가 많지만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면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손해를 보면서 시장을 키우려 하고, 누군가는 ‘밥줄을 끊는’ 이들을 저주한다. 경쟁 시장은 소비자에게 유리하지만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어떻게 될진 아무도 모른다. 우리 모두 처음이라.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