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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초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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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고정애 기자 중앙일보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고 자주 생각한다.” 통일부 장관이 떠나며 남긴 글이다. 떠난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은 이랬다. “지난 20개월 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초심은 흔들린 적이 없었다.” 청와대에 남은 민정수석의 얘기다. “초심으로 돌아가 업무에 더욱 몰입하고자 한다.”

대통령의 초심도 떠올렸다. 2017년 5월 10일 취임사다. 곧 집권 3년 차에 접어드니 필요한 복기이겠다 싶다. 이하 대통령의 목소리다. 3100자 높임말 체를 600자 예사말 체로 줄이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취사선택이 있었음을 미리 알린다.

“내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 지금 내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제19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소명을 다 할 것임을 천명한다.

이번 선거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우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이끌어가야 할 동반자다. 나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나의 국민이고 우리 국민으로 섬기겠다.

권위적인 대통령 문화를 청산하겠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하겠다.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겠다.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다. 나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깨끗한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이 되겠다. 공정한 대통령이 되겠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오늘,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