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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당 의원들 모이면 탁현민 우려 자주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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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석에서 이름이 가장 자주 거론하는 사람 중 한 명이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다. 최근 당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민주당이 탁 위원을 당 홍보위원장으로 위촉하려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본인은 “홍보위원장직을 제안받은 바 없고, 생각해보지도 않았다”라고 부인했지만,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탁현민 논란에 민주당 일각선 “익명에 숨은 사견 자제하라"

대선 전이었던 2016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가운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사진제공=탁현민 페이스북]

대선 전이었던 2016년, 히말라야 트레킹을 함께 다녀온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탁현민 전 청와대 행정관(가운데),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사진제공=탁현민 페이스북]

당 공식 라인은 대체로 “공식적으로 검토된 적 없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일부 인사가 아이디어 차원에서 ‘선거 때 쓰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 거지 공식적으로 논의된 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탁 위원이 홍보와 행사 전문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지만, 반대 진영의 타깃이 돼 논란의 중심에 선 경우가 잦았다. 청와대 입성 직후엔 과거 그의 저서 『남자 마음설명서』 등에서 쓴 표현이 그릇된 성 인식을 보여줬고, 문재인 정부 초대 여성부 장관인 정현백 전 장관이 해임을 건의하기도 했다.

당장 탁 위원의 영입 타진 보도에 민주평화당에서 “탁현민 홍보위원장 내정은 여성에 대한 모욕이며 ‘정치 쇼’를 계속하겠다는 것이다”는 대변인 논평을 내놨다. 실제로 임명하게 되면 당 안팎의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적잖다.

이와 관련해 당 일각에선 “몇몇 인사들이 측근이나 고위 관계자란 익명에 숨어 개인의 생각을 마치 당 입장인양 얘기하고 다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원한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고위 관계자나 측근이라는 이들이 자신의 사견을 당 대표나 지휘부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문제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비슷한 논란이 한 차례 더 있었다.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경우다. 지난달 당 일각에서 “백 전 비서관을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민정 비서관을 하면서 인사 검증을 맡았던 만큼 적임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 또한 몇몇 인사의 사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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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1년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을 앞둔 신경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총선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이 강한 만큼 여당 입장에선 새 판을 짜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의 발언권을 극대화하기 위한 몇몇 정치인의 사전 포석이란 얘기다.

민주당은 5월 8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 후 본격적으로 총선 대비 체제를 꾸릴 계획이다. 이해찬 대표도 “새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5월 중에 내년 총선을 대비하는 의원 워크숍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전 홍보기획비서관이 당 싱크탱크이자 전략기구인 민주연구원장으로 일선에 돌아오는 시점과 일치한다. 민주당의 시계는 내년 총선을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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