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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보험 추나요법 20회 제한…한의사 “환자 치료권 박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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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8일부터 한방 병·의원에서 추나요법을 받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자료 사진[연합뉴스]

8일부터 한방 병·의원에서 추나요법을 받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자료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자동차 사고 환자에 대한 한방 추나요법 보장을 줄이자 한의사들이 “환자들의 치료권을 박탈하는 조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일 한방 추나요법의 자동자보험 진료비 인정 횟수를 교통사고 건당 20회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진료비) 기준 변경 안내문을 공개했다.

정부, 추나요법 건보 적용에 맞춰 #손보사들 비용 커지자 횟수 제한

국토부는 “추나요법의 건강보험 적용 수가ㆍ기준이 신설됨에 따라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 기준을 신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의 다른 부분을 이용해 환자의 관절ㆍ근육ㆍ인대 등을 조정하거나 교정하는 치료법이다. 그동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자동차보험은 별도의 수가(1회당 1만5307원)를 정해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건강보험 보험 보장성 강화(일명 문재인 케어)에 따라 8일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자동차보험이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따라가면서 한의계의 반발이 시작됐다. 건강보험은 추나요법을 시술의 수준에 따라 단순ㆍ복잡ㆍ특수 추나로 구분했다. 건강보험 수가는 2만2332원~5만7804원으로 결정했다. 본인부담률이 50%(단순 추나)~80%(복합 추나)다. 환자가 1만~3만원을 부담해야한다. 또 환자 1인당 연간 20회, 한의사 1인당 하루 18명으로 제한했다. 과잉진료와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자동차보험 업계에서는 건강보험 적용을 앞두고 ‘추나 폭탄’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해왔다. 자동차보험이 보장하는 진료비는 건강보험을 따르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수가가 47~281%(1회 1만5307원→2만2332원~5만7804원) 인상된다. 연간 563억~1447억원의 지출이 늘어난다.

국토부 새 기준에 따르면 건강보험 기준대로 자동차보험 환자도 단순ㆍ복잡ㆍ특수 추나로 세분화하고 보장 횟수는 사고 1회당 최대 20회로 제한한다. 또 진료 수가가 높은 복잡 추나는 디스크(추간판탈출증), 협착증 등에 해당할 경우에만 인정한다. 지금은 이런 제한이 없다. 손해보험사들은 한의원에서 단순추나도 복잡추나로 진료하는 경우가 많다며 복잡추나의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해왔다. 국토부는 “진료상 반드시 추나요법이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는 경우는 환자의 증상이나 질병의 정도 등을 참조해 사례별로 추가로 횟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8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추나요법에 대한 시술횟수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면서 교통사고 환자의 소중한 치료권이 박탈당하게 됐다”며 “20회를 다 채운 교통사고 환자는 완치가 되지 않았더라도 더 이상의 추나시술을 받을 수 없게 됐다”라고 비판했다. 이진호 한의협 홍보부회장은 “건강보험이 추나요법을 보장하자마자 자동차보험은 그간 해주던 보장을 줄이겠다고 나섰다. 정부가 국민 진료권은 무시하고 보험업계의 일방적인 주장만 받아들인 것이다. 일단 시행하고 모니터링하면서 과잉진료 우려가 있는 부분을 정리해 나가자고 협의해놓고 건강보험 적용을 이틀 앞두고 기습적으로 기준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한의협은 행정소송과 대규모 집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손보사들은 반색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지난해 자동차보험의 추나요법 청구 진료비가 742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가량 늘었다. 이렇게 늘어나는 재정 지출은 결국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라며 “건강보험 수가 기준에 맞게 자동차보험을 적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알려왔습니다: 본지 기사와 관련해 국토부가 9일 입장을 보내와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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