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박근혜 10명, 문 대통령 2년간 13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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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박영선·김연철 장관 임명 강행 #MB 땐 17명 보고서 없이 임명 #야당 “불통·오만 인사의 결정판”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박영선·김연철 장관과 진영 행정안전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신임 장관 5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 만큼 행정능력·정책능력을 잘 보여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장관 후보자 7명을 지명한 지 꼭 한 달 만이다.

문 대통령은 박영선 장관에게 “의정활동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관련 활동을 많이 하고 중기와 벤처기업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조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벤처 등 영역이 넓다. 각별하게 성과를 보여 달라”고 당부했다. 김연철 장관에게는 “평생 남북관계, 통일정책을 연구했고 남북 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적임자라 생각한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들이 있어 언론에서 한 말씀 듣고 싶어한다”며 별도 발언 기회도 줬다. 이에 김연철 장관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사회 내부에 다양한 의견 차가 있다. 소통으로 더 넓은 의미의 합의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선 장관은 “대통령께서 (차관급이던) 중소벤처기업부를 부처로 승격시킨 것은 중기·벤처·소상공인·자영업자를 경제의 새로운 주체로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임명으로 현 정부 출범 후 2년 동안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13명이 됐다. 이명박 정부에선 17명, 박근혜 정부에서는 10명이 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이 됐다. 인사청문 대상 후보자 중 제기된 여러 의혹으로 청문회를 전후해 물러난 경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각각 11명씩이었다. 현 정부에서 청문 대상자 중 낙마한 인사는 현재까지 8명이다.

문 대통령의 박영선·김연철 장관 임명 강행에 야당은 강력 반발했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전 회동에 이어 오찬까지 이어가며 4월 임시국회 일정을 협의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동의 없는 임명을 법으로 막겠다고 했다. 황교안 당 대표는 “무자격 장관 임명 강행을 재고하고 터무니없는 인사를 발탁하고 검증하지 않은 인사라인을 문책·교체하라”며 “명백하게 부적격 인사로 판명되거나 청문 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경우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조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기어코 ‘내 사람이 먼저’라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에서 “경력 한 줄 보태줄 간판 정치인의 위선 옹호가 국민보다 소중하고, 북한과의 협력을 위해 영혼이라도 다 바칠 준비가 된 속내를 만천하에 공표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불통·오만·독선의 결정판인 인사 강행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돼 온 평화민주당에서도 “오기 인사의 끝판왕”이라는 논평이 나왔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며 “(박영선 장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거짓말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공작정치를 하는 것은 치졸하다”고 반격했다.

강태화·현일훈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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