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반발에도 박영선·김연철 임명강행한 文 "능력 보여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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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8일 국회에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이로써 현 정부 출범 이후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13명이 됐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장관 환담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8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신임 장관 환담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박영선·김연철 장관을 비롯해 진영 행정안전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등 5명의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아주 험난한 인사청문회 과정을 겪은만큼 행정능력, 정책능력을 잘 보여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7명의 장관 후보자를 지명한지 정확히 한달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에 앞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박영선 장관에게 “의정활동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 관련 활동을 많이 했다”며 “중기와 벤처기업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제조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벤처 등 영역이 넓다. 각별하게 성과를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김연철 장관에게는 “평생 남북관계와 통일정책을 연구해왔고 과거 남북 협정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이날 임명장을 받은 신임 장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장을 받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이날 임명장을 받은 신임 장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장을 받았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또 문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우여곡절을 겪었고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들이 있어 언론에서 한 말씀 듣고 싶어한다”며 별도 발언 기회도 줬다.

이에 김연철 장관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사회 내부의 다양한 의견차이가 있다. 소통을 통해 더 넓은 의미의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선 장관은 “대통령께서 (차관급이던) 중소벤처기업를 부처로 승격시킨 것은 중기, 벤처,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경제의 새로운 주체로 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간담회를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신임 장관들에게 임명장을 준 뒤 간담회를 하러 인왕실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통일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의 박영선·김연철 장관 임명 강행에 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회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오전 회동에 이어 오찬까지 이어가며 4월 임시국회 일정을 협의했지만 결과는 빈손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동의없는 임명을 법으로 막겠다고 했다. 황교안 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자격 장관 임명 강행을 재고하고 터무니없는 인사를 발탁하고 검증하지 않은 인사라인을 문책ㆍ교체하라”며 “명백하게 부적격 인사로 판명되거나 청문보고서 채택이 거부된 경우 임명을 강행할 수 없도록 조속히 법 개정을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독불장군식으로 기어코 ‘내 사람이 먼저’라며 대한민국과 국민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나경원 원내대표. 김경록 기자

장관 임명 직후에는 “경력 한줄 보태줄 간판 정치인의 위선 옹호가 국민보다 소중하고, 북한과의 협력을 위해 영혼이라도 다 바칠 준비가 된 속내를 만천하에 공표했다”는 민경욱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도 “문 대통령은 불통, 오만, 독선의 결정판인 인사 강행에 대해 총체적 책임을 지고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요구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돼온 평화민주당에서도 “오기 인사의 끝판왕”이라는 논평이 나왔다.

이에 대해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방해해선 안 된다”며 “(박영선 장관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대한 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거짓말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이런 식의 공작정치를 하는 것은 대단히 치졸하다”고 반격했다.
강태화ㆍ현일훈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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