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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지기가 기억하는 '고성 산불' 사망자 "거동 불편한 누나 구하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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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7시17분께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시 다발적으로 번지면서 5일 현재 1명 사망, 1명 부상, 주택 225채, 창고 6동, 비닐하우스 5동의 피해를 발생시켰다.[뉴시스]

지난 4일 오후 7시17분께 강원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동시 다발적으로 번지면서 5일 현재 1명 사망, 1명 부상, 주택 225채, 창고 6동, 비닐하우스 5동의 피해를 발생시켰다.[뉴시스]

강원도 고성에서 난 산불로 숨진 50대 남성이 화재 당시 60대 누나를 구하러 가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뉴스1은 강원도 속초에 살며 고성 토성면을 오가던 나무공예사 김모(59)씨의 사연을 전했다.

숨진 김씨의 50년지기 황모(58)씨는 김씨에 대해 "착실하고 남에게 피해를 안주는, 건강한 사람"이라고 고인을 기억했다.

김씨는 거동이 불편한 60대 친 누나를 끔찍이 챙겼다. 한 주에도 수차례 안부차 누나의 집에 들렀다. 화마가 마을 인근을 덮친 그날도 누나를 구하러 집을 나섰다.

황씨는 "김씨가 '집안에 누나가 있다'며 모시러 가다가 변을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보니, (김씨가) 건강한 사람이지만 연기를 흡입하고 곧바로 쓰러졌고, 누나 가족이 119에 신고했지만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욕먹을 짓 한번 하지 않고 성실히 살았던 친구가 먼저 떠나서 너무 안타깝다"며 "환갑이 다가오는데도 60대 누님을 극진히 사랑하는, 건강한 사람이었는데 참 안타깝다"고 거듭 슬퍼했다. 그는 장례식장이 마련된 속초시 교동의 빈소를 주말동안 지킬 계획이다.

김씨는 강원도 고성 토성면 인근에서 난 화재가 산불로 확산된 4일 오후 11시 40분쯤 고성군 토성면 한 도로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김씨가 지인과 함께 불길을 피하려다가 홀로 연기에 갇혀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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