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카이스트(KAIST)에 사는 거위 가족입니다. 정확한 집 주소는 대전시 유성구 구성동 '카이스트 오리 연못'입니다.
저희는 카이스트에서 꽤 유명인사입니다. 학생들과 이곳을 찾는 가족들 대부분이 알아보고 좋아합니다. 매일 교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납니다. 특히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제법 많습니다. 저희 뒤를 따라다니고, 과자를 나눠주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사진을 찍으려는 열혈 팬도 있습니다. 이쯤 되니 아이돌이 부럽지 않습니다.
어릴 적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저희 가족은 2000년경 이곳에 왔답니다. 이광형 카이스트 교수님(교학부총장)이 유성시장에서 어린 저희를 이 곳으로 입양해 왔습니다. 당시 연못이 너무 적막해서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데려왔다고 합니다. 먹이도 챙겨주시며 정성으로 저희를 돌봐주셨습니다.
그 후 20년 가까이 이 곳에서 사는 동안 식구들이 20여 마리까지 는 적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10마리 정도만 남았습니다. 저희를 노리는 나쁜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참, 식구 중에는 생김새가 저희와 다른 청둥오리도 있습니다. 늘 함께 다니며 사이좋게 지냅니다.
이 교수님은 "(거위를 보며) 다른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즐거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언젠가 글을 통해 말씀하셨습니다.
누군가에게 즐거움이 될 수 있어 저희 가족 또한 행복합니다. 더불어 살 수 있어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사랑을 또 사랑합니다.
지금 이곳은 목련이 한창입니다. 키가 아주 큰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새하얀 목련이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완연한 봄입니다. 이제 며칠 후에는 교내 곳곳이 화사한 벚꽃 천지로 변할 겁니다. 햇볕이 따뜻한 날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저희 가족을 만나러 오셔도 좋겠습니다.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글=변선구 기자,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