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참사 적반하장 靑 "뭘 책임지나…청문회서 걸렀으면 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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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인사참사 책임론 놓고 민정-인사 핑퐁게임 양상

청와대는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의 낙마와 관련해 ‘인사참사 책임론’이 부각되는 걸 막기 위해 애썼다.

31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의 자진사퇴에 이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왼쪽)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철회로 2명이 동시에 낙마하게 됐다. 연합뉴스

31일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오른쪽)의 자진사퇴에 이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왼쪽)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철회로 2명이 동시에 낙마하게 됐다. 연합뉴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후보자 낙마의 직접적 원인이 된 ‘해적 학술단체’(인도계 학술단체 오믹스·OMICS) 학회 참석에 대해 “그 학회에 참석했는지 (후보자) 본인에게 질문했는데 ‘부실 학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그래서 검증과정에서 누락됐다. 민정라인의 세평(世評) 조사 부실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인사라인'을 맡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동시에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인사라인'을 맡고 있는 조국 민정수석(오른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동시에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장관 후보자들은 검증을 받을때 많게는 A4지 100장 가량의 자술서를 써낸다고 한다. 조 후보자의 경우 자술서에 관련 체크 항목이 있긴 했지만 본인이 허위로 기재하는 바람에 확인을 못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그냥 넘어가는 검증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강제조사권이 없는 언론사 취재에서도 금방 드러나는 사안을 민정라인이 파악못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또 윤 수석은 최 후보자의 다주택 문제에 대해선 “집을 3채 소유한 이유도 나름대로 소명이 됐고 집이 여러 채라고 장관을 할 수 없다고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장관도 아니고 부동산 규제 정책의 주무 장관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다주택 보유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인사라인이 고려하지 못했다는 걸 자인한 셈이다. 이러다보니 여권에서도 “애초에 원하는 사람을 정해놓고 검증하다보니 팔이 안으로 굽어 객관적으로 판단을 못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 내에서는 이번 인사 실패의 책임을 서로 미루는 ‘핑퐁 게임’ 기류도 감지된다.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이날 “후보자 본인이 거짓으로 답하면 본인 말고는 사실관계를 어떻게 알겠냐”며 “민정에는 인사 추천권이 없다”고 주장했다. 인사를 추천한 인사수석실쪽의 잘못이 크다는 것이다. 반면 인사수석실 관계자는 “인사수석실이 기본 검증을 하지만 검증 책임은 기본적으로 민정에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청와대의 인사라인은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이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임명돼 지금까지 수석직을 유지하는 ‘유이’한 케이스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두 사람의 입지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는 인사라인을 경질하라는 야당의 요구를 정치공세로 규정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만약 국회 청문회 없이 인사ㆍ민정수석이 각각 추천ㆍ검증한 인사가 그대로 임명된다면 두 사람이 책임질 문제”라면서도 “검증 과정의 일부인 청문회에서 문제점이 발견돼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에 인사라인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윤 수석은 ‘청와대 참모 중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부분에서 책임을 진다는 뜻인가. 어떤 검증을 잘못했다는 부분인가”라고 되물었다.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뒤로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머리를 쓸어올리고 있다. 뒤로 문재인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조국 수석은 보호하려는 기류가 완강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조 수석이 정치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야당이 자꾸 상처를 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조동호 후보자의 해적 학술단체 학회 참석 문제는 교육부 감사에서도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던 만큼 민정라인의 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여당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조국 수석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와 그가 검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즉각적인 경질을 주장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렇지만 잦은 인사실패가 결국 청와대 인사라인의 협소한 인재풀 때문이란 불만이 확산되는 기류는 뚜렷하다. 한 의원은 “지금 당장 인사라인을 교체하는 건 어렵지만 현 국면이 정리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검토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강태화·김경희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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