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희망홀씨 ‘무늬만 서민금융’…사금융 몰리는 8등급 저신용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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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공급 규모는 늘고 있지만 신용이 낮은 경제적 소외계층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 공급 규모는 늘고 있지만 신용이 낮은 경제적 소외계층은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대출의 어려움을 겪는 서민을 위해 ‘서민금융상품’을  내놓았지만 신용등급이 낮은 경제적 소외계층은 20%대 고금리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 상품은 금리가 10% 안팎으로 제공되다 보니 부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6등급 이상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무늬만 서민금융’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서민대출 8등급 이용자 9% 불과 #정부 1조원 대책은 턱없이 부족 #

서민대출 규모는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미소금융ㆍ바꿔드림론ㆍ햇살론ㆍ새희망홀씨 등 4대 정책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서민대출을 지원한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은 25만2740명에게 생계자금 대출인 새희망홀씨로 돈을 빌려줬다. 이는 전체 공급목표인 3조3000억원의 111%에 이른다. 새희망홀씨를 포함해 정부가 2008년 서민금융상품을 본격적으로 내놓은 이후 2018년 상반까지 공급한 규모는 37조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서민금융 이용자의 대다수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좋은 중신용자(4~6등급)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2016ㆍ2017년 2년간 서민금융상품 이용자를 분석해보니 6등급 이상이 61.9%를 차지했다. 반면 사실상 제도권 금융 이용이 어려운 8등급 이하 비중은 9.2%에 불과했다.

점차 지원대상을 중신용자까지 넓히고 금리 수준은 최대 10.5%로 낮춤에 따라 신용도가 좋은 사람 위주로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7등급 이하 대다수의 저신용자는 대출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자료:금융위원회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서민금융 체계를 손질했다. 제도권 금융 문턱을 넘지 못하고 대부업이나 사금융으로 내몰린 7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위해 연 10% 중후반대 금리로 긴급 생계ㆍ대환자금을 연간 1조원씩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최고 금리 24%로 공급 중인 ‘안전망 대출’ 금리를 10% 중후반대로 낮춘 후 부실 우려가 큰 ‘바꿔드림론’을 통합해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성실하게 돈을 갚아나가면 매년 1~2%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해 만기 시에는 제도권 금융으로 연계해준다는 구상이다.

서민금융 전문가들은 연 1조원 규모로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는 경제적 소외계층을 구제하긴 쉽지 않다고 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한 해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약 250만 명에 이르고 채무 규모(대출 잔액)도 15조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대부업 대출 심사도 깐깐해지면서 불법 사채 이용자가 더 늘고 있어  이들을 돕기엔 정책자금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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