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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석이조 ‘논 태양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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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최준호 기자 중앙일보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최준호 과학&미래팀장

‘오는 2030년까지 전체 전력량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높이겠다.’ 2017년 말 문재인 정부가 야심 차게 내놓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이다. 하지만 2017년 말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은 3%대. 20%는 과연 가능한 목표일까. 그간 비판의 목소리를 내어온 야당은 물론 집권 세력 내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한 해 홍역을 앓았던 산지 태양광은 ‘자연훼손’ 비판에 움츠러들었고, 호수에 설치하겠다는 수상 태양광 역시 반대론자의 거센 목소리 쑥 들어갔다. 도대체 국토의 70%가 산지인 좁은 땅덩어리 어디에 전체 발전량의 20%를 채울 태양광 발전시설을 마련할 수 있을까.

사실 ‘꿩 먹고 알 먹는’ 아이디어가 있긴 하다. ‘영농형 태양광’이라 불리는 논 태양광이 그것이다. 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쌀농사와 ‘전기 농사’를 함께 짓자는 아이디어다. 이론적으로 전국의 논을 태양광 발전으로 가득 채운다면, 국내 원전 전체 발전량의 5배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보다 국토가 넓은 일본에선 이미 꽤 많이 보급된 방식이기도 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논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도 쌀 수확은 기존의 80% 이상 거둘 수 있다고 한다. 1년 내 쌀농사를 지어봐야 빚밖에 남는 게 없다는 농촌에 영농형 태양광은 구세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 입장에서도 쌀은 남아돌아 처치 곤란이다. 지난해 8월 기준 비축된 쌀은 180만t. 보관비용만 연간 5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도 농촌도 좋은 일거양득의 방법이다.

그런데 왜 이런 묘수를 놔두고 산허리를 파내거나 호수 위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겠다고 난리법석일까. 원인은 농림부의 ‘소신’ 때문이라고 한다. 논 태양광을 허용하면, 야금야금 논이 줄어들어 결국엔 식량 안보에 심각한 손상을 입는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과연 그럴까. 각종 제도와 규제를 통해 논농사를 유지하게 하는 방법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애먼 탈원전 구호로 보수층의 반발을 사기보다는, 농림부라도 설득해 농촌과 태양광을 모두 살려보는 게 이 정부가 얘기하는 에너지 전환의 지름길 같다.

최준호 과학&미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