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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성산 성패 가를 '단일화 변수', 감정싸움 거세지는 정의-민중

중앙일보

입력

4·3 보궐선거 창원성산 민주·정의당 단일후보로 결정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운데)가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을 찾아 유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미 대표, 여 후보, 심상정 전 대표. [연합뉴스]

4·3 보궐선거 창원성산 민주·정의당 단일후보로 결정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운데)가 25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반송시장을 찾아 유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미 대표, 여 후보, 심상정 전 대표. [연합뉴스]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25일 여론조사 경선에서 권민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민주-정의 단일 후보로 선출됐다. 여 후보는 단일화 직후 고 노회찬 전 의원의 노제가 열렸던 반송시장을 찾아 “여영국을 통해 노회찬을 부활시켜드리겠다”며 승리를 다짐했다.

경남 창원성산은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17, 18대),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20대) 등을 배출해 PK의 진보정치 1번지로 불린다. 대형 사업장이 밀집해있어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크다. 이런 기류를 반영해 정의당은 “노회찬의 꿈을 이어가겠다”며 경남도의원을 지냈고 노회찬재단 이사를 맡고 있는 여 후보를 공천했다.

반면 또 다른 진보진영인 민중당도 지난 총선 때 노회찬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손석형 후보를 앞세워 “노회찬 정신을 계승할 적임자는 손석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식운동 첫 날인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에서 손석형 민중당 후보(오른쪽_와 이상규 대표가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스1]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식운동 첫 날인 21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에서 손석형 민중당 후보(오른쪽_와 이상규 대표가 지지호소를 하고 있다. [뉴스1]

창원성산은 역대 선거에서 단일화 변수가 크게 작용했다. 진보진영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단일화에 실패했는데, 당시 당선자가 이번 자유한국당 후보인 강기윤 전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당시 강 후보는 49.04%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손석형 통합진보당 후보는 43.83%, 김창근 진보신당 후보는 7.12%를 얻었다. 단순 집계로는 진보 후보 둘의 득표율 합이 강 후보보다 높았다.

따라서 민주-정의 단일화에 이어 2차 관문은 정의-민중의 단일화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여 후보 단일화에 손석형 민중당 후보 측은 즉각 “진보정치 1번지의 진정한 승리를 위해서는 여영국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실내체육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LG세이커스와 부산KT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렸다. 순서대로 강기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후보, 손학규 자유한국당 대표, 이재환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후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2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실내체육관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LG세이커스와 부산KT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렸다. 순서대로 강기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후보, 손학규 자유한국당 대표, 이재환 바른미래당 국회의원 후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뉴스1]

양측은 현재 감정싸움도 벌이고 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24일 “손석형 후보가 TV토론에서 정의당이 ‘징계, 탈당 등으로 고 노회찬 의원을 궁지로 몰았다’며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를 서슴없이 내뱉었다”며 “자유한국당과 민중당의 정신적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이튿날 정의당을 겨냥해 “제아무리 여권 후보가 되었다고, 진보정치 동반자를 버리고 경거망동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또 손 후보 캠프는 “2012년 이명박 정권을 심판할 총선에서 여영국 후보는 야권 단일후보인 민중당 손석형을 낙선시키고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를 당선시킨 전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시 여 후보가 진보신당 소속 경남도의원으로서 김창근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았을 뿐”이라며 “진보 단일화가 무산된 건 손 후보의 실력 부족이지 여 후보 탓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단일화 시도에 대해 한국당 강기윤 후보는 “이미 예고됐던 야합이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강 후보는 통화에서 “다른 당은 지도부가 총출동했는데 민주당은 후보만 내놓고 대표가 내려오지 않을 때부터 예상했던 시나리오"라며 “이제 (정의-민중 후보가) 단일화를 하든 말든 별 상관이 없다. PK 민심은 이미 돌아섰다. 누가 쇠락한 지역 경제를 되살릴 적임자인지 (지역 주민이)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경희·성지원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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